개인적론 내키지 않은 선택…의원들 요청에 '깊어가는 고민'
친박계 "경륜 필요한 때 선당후사"…靑도 '나서줬으면'기대
비박계 "꿩 대신 닭이냐" 집중 견제…'을도보이' 공세 채비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당 대표 출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주초 일부 친박(친박근혜)계가 서 의원의 출마를 바란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때만 해도 서 의원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사나흘 만에 기류가 변했다.

그동안 친박계 의원들이 연쇄적으로 서 의원을 찾아가 읍소에 가까운 목소리로 출마를 권유했다.

최경환 의원도 6일 불출마 선언 전 서 의원과 전화 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이르면 다음 주초 또다시 서 의원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차피 계파 갈등은 주류에서 풀어야 하고 같은 친박계라도 정치권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서 의원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희생정신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게 친박계의 생각이다.

특히 청와대에서도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8선의 어른으로서 비박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고, 박근혜정부 후반기 원활한 당청 협력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노령이라는 이미지를 걱정하긴 하지만 야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76세, 74세로서 73세인 서 의원이 나이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3당 중 가장 밑이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얘기를 들으며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직 의원 모임인 헌정회의 원로들도 서 의원에게 출마를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도 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 당의 '간판'이 될 만한 거물급 정치인의 부재 때문에 전대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나가면 '노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이를 무릅쓰고 서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큰 형으로서 힘들어도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친박계의 거듭되는 구애를 뿌리칠 경우 개인적 영달을 위해 이미지만 관리한 후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서 의원은 개인적으로 내키지 않은 선택이지만, "당을 위해 다시 한번 나서달라"는 친박계 전체의 총의가 모아지고 청와대도 이런 방향으로 무게를 싣는 기류라면 결국 출마쪽으로 단안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게 친박계 의원들의 분위기이다.

득표력에서는 이미 2년 전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전국 조직을 정비했던 만큼 이번에 나선다면 경쟁력에서도 어느 후보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 후보들이 서 의원의 출마를 잔뜩 경계하는 것을 거꾸로 읽으면 서 의원의 득표력이 그만큼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비박계 이혜훈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사실상 최경환 의원이 친박의 좌장 아니냐"면서 "최 의원이 불출마하니 다른 사람을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출마해 달라고 하면 친박이 당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 의원의 부담은 대표 경선에 나서면 자신이 당의 리더로서 종횡무진 할 때 아직 정치권에 입문하지도 않았던 후배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대에서 합의 추대는 커녕 친박계 내부의 후보 단일화도 어려운 실정이다.

비박계 후보군 중 최다선인 정병국(5선) 의원조차 서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에서 좌장 역할을 할 때 '막내'였다고 한다.

서 의원이 나온다 해도 출마 강행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친박계 후보군 중 최다선인 이주영(5선) 의원도 서 의원이 지난 2002년 당 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초선이었다.

또 전대 프레임이 '친박 대 비박'뿐 아니라 '올드보이 대 영보이'로 잡혀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밖에 서 의원이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포기하면서 원구성 협상이 탄력을 받았고, 이에 따라 후반기 유력 국회의장 후보군이라는 점도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