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국방 당국자 연쇄접촉…정부 "사드 논의 없었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지난 2일부터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외교ㆍ국방 당국자들을 연쇄 접촉했다.

5일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로즈 차관보는 이날 오전 함상욱 외교부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국장)과 제2차 한미 우주정책대화를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는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만났다.

외교부는 "제2차 한미 우주정책대화에서 양국은 국제사회의 급격한 우주활동 증가로 우주잔해물 문제가 각국의 평화적인 우주활동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안정적인 우주 환경을 위한 국제규범 논의에서의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우주정책대화는 우주잔해물 문제에 관한 국제규범 마련 등 협력증진을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으며, 양측은 편리한 시기에 3차 대화를 개최하기로 했다.

로즈 차관보는 미사일 방어(MD) 체계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논의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종종 사드 관련 언급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영국 런던 왕립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설에서 "사드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동맹 차원의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방한 기간 우리측 관계자들과 만나 사드 관련 논의를 했거나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로즈 차관보는 오늘 제2차 한미 우주정책대화를 위해 외교부를 방문했으며, 아시아 순방(일-한-중)의 일환으로 방한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날 제2차 한미 우주정책대화에서 '사드 관련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로즈 차관보는 한미 우주정책대화 후 일부 기자들에게 사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지난해에 이어 우주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했다"고 말했다.

로즈 차관보는 국방부에서 류제승 국방정책실장과 면담 후에도 '사드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한국에서 좋은 주말을 보냈다"며 말을 돌렸다.

류 실장은 연합뉴스에 "사드 얘기는 로즈 차관보나 저나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주로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24일 로즈 차관보가 같은 달 27일부터 일본, 한국,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다면서 7월2~5일 한국방문에 대해서는 외교부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전략적 이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로즈 차관보가 청와대 관계자와 만났는지에 대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만났다고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즈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이정진 기자 lkw777@yna.co.kr,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