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경기 구리·울산 북구의회, 여성의원이 의장단 독식
서울시의회 첫 여성 부의장 탄생…충북 최다선은 여성의원

지방의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의장단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왕성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당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고 존재감 없이 4년 임기를 채우던 예전 모습과 대조적이다.

전북 군산시의회는 4일 사상 첫 여성 의장을 선출했다.

새로 뽑힌 3선의 국민의당 박정희(57) 의장은 다수인 자당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재적의원 24명 중 14명의 표를 얻었다.

그는 친화력 있고 화통한 성격에다가, 여야를 넘나드는 특유의 갈등 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의장 물망에 오르내렸다.

박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성적이고 섬세한 생활정치로 여성 지방의원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3곳, 여성의원들이 의장단 독식…2곳은 여성 의장 전후반기 연임
여성만으로 의장단을 꾸린 곳도 여러 군데다.

경북 고령군의회는 재선의 새누리당 이영희(66)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같은 당의 김경애(61) 위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여성이 의장·부의장을 싹쓸이하기는 경북지역 최초다.

이 의회는 7명 의원 중 3명이 여성이다.

경기도 구리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 민경자(54) 의원과 새누리당 장향숙(55) 의원을 나란히 후반기 의장·부의장으로 뽑았다.

두 사람 모두 재적의원 7명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었다.

울산 북구의회 역시 새누리당 정복금(64)의원과 무소속 강진희(46) 의원을 각각 의장단으로 선출했다.

이 의회는 재적의원 7명 중 이들 둘만 여성이다.

남성 의원에 비해 수적으로 절대적 열세지만 정 의장은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초선 비례대표의 한계를 딛고 의장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울산 남구의회에서도 새누리당 박미라(44) 의원이 여성 의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강서구의회와 경기도 동두천시 의회에서는 새누리당 정옥영(57) 의원과 장영미(58) 의원이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의장을 연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부산 기장·금정·북·사상·사하구의회에서는 백영희(53), 박인영(38), 윤인자(58), 황윤경(52), 전영애(59) 의원 등 여성 5인방이 부의장을 차지했다.

부산시의회는 새누리당 황보승희(40) 의원을 경제문화위원장으로 뽑았고, 경남도의회도 같은 당 한영애(55)·이성애(55) 의원을 교육위원장과 문화복지위원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경기도 파주시의회에서는 재선인 새누리당 이평자(72) 의원이 재적의원 14명 중 압도적인 12표를 얻어 여성 의장이 됐고, 전남 장흥군의회도 여성인 김복실(67)의원에게 후반기 의장 자리를 줬다.

인천에서는 10곳의 기초의회 가운데 동구·남동구·연수구의회가 새누리당 소속인 이정옥(57)·임순애(58)·이인자(60) 의원을 각각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강원도 속초시의회와 정선·양구군의회는 새누리당 김종희(65)·이옥휘(59)·최경지(61) 의원을 각각 후반기 의장으로 뽑았고, 같은 당의 김숙희(50)·박은정(50)·김은숙(56) 의원은 고성·홍천·횡선군의회 부의장이 됐다
보은군의회에서도 재선인 새누리당 고은자(57) 의원이 충북 최초의 여성 의장 자리에 올랐고, 영동군의회는 같은 당 비례대표인 박순복(59) 의원에게 부의장 자리를 줬다.

◇ 충북도의회 6선 최다선 여성…첫 여성 의장 도전
충북도의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양희(61) 의원이 사상 첫 여성 의장에 도전한다.

김 의원은 같은 당 강현삼 의원과 둘어서 성 대결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충북도의회 의원 31명 중 여성은 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최광옥(58) 의원은 청주시의회와 도의회를 오가며 무려 '6선 고지'를 밟은 여성 의원이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한 번도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남성을 합친 도내 최다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당 윤은희(53) 의원은 비례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의회 대변인을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유일의 여성인 이숙애(55) 의원은 교육위원회에서 잘못된 교육계 관행 개선을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옥천군의회에서도 새누리당 유재숙(56·여) 의원은 전반기 부의장에 이어 후반기 산업경제위원장에 뽑히는 정치력을 과시했다.

충북지역 11개 시·군의회 위원 131명 중 여성은 20명이다.

전체 기초의원의 15%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여전히 남성 의원에 비해서는 적지만 25년 전인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초기 구색맞추기 식으로 비례대표 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과는 다르다.

당당히 지역구에 도전, 지방의회 입성에 성공한 여성 의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과 경력을 내세워 상임위원장은 물론 의장단도 차지하면서 점차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의 조규영(50) 의원을 부의장으로 뽑아 여성 최초로 의장단에 이름을 올랐다.

이 의회는 재적의원 106명 중 20명(18.9%)이 여성이다.

그동안 여성 상임위원장은 여러 명 나왔지만, 부의장은 처음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사무처장은 "여전히 여성 지방의원이 많지 않지만,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를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만큼 정치력을 키웠고, 청렴하고 꼼꼼한 의정활동이 어필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방의회에 입성한 여성들의 왕성한 의정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 받아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