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미국을 향해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속셈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북한은 미군이 지난달 중순 장거리 폭격기 B-52 2대를 한반도 주변 상공에 전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일본 자위대를 동원해 범죄적인 합동핵공격훈련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을 극대화하는 '장본인'이라며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말할 그 어떤 자격도 체면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올해 새로 제정한 '전략군절'을 맞아 '자주권과 생존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미제 침략군 기지들을 모조리 불바다로 만들어 놓겠다"고 위협했다.

인터넷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도 핵탄두 장착 미사일이나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북한명 화성-10호)로 미국 본토나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영상을 잇달아 게재하며 대미 위협 수위를 높였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노동당 제7차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치른 북한이 정권 안정화를 위해 내부 여론을 결속하고, 나아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도발의 명분을 쌓기 위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센터 소장은 "당과 국가기구를 재정비하고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태동한 상황"이라며 "자기 시대에 걸맞은 대외·대남 정책을 과시하려는 모습"이라고 봤다.

안 소장은 이어 "미국과 한국을 향한 비난을 포석으로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을 전후해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벌이거나 적극적인 북중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를 시작하면서 강경한 대외 입장을 통해 내부 결속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이런 흐름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또 미국이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차기 미 행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강경한 언사를 거듭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북한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협상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올해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차기 미정부와 협상 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