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45조 명시…영국 권리장전 취지받아 제헌헌법에 포함

정치권이 조정 논의에 착수한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불체포특권과 함께 의원이 누리는 양대 특권으로 인식돼왔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과 표결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면제해 발언과 표결의 자유를 보장한 제도로, 헌법 제45조에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해 의원이 직무상 한 발언이나 표결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헌법에는 '국회에서'라고 장소가 한정돼 있지만, 여기에서의 국회는 물리적인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을 위해 방문한 다른 기관까지도 확장적 의미로 포함된다.

아울러 국회에서 직무상 문서를 통해 의사를 표명한 것도 면책특권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은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있지만 국회와 당 차원의 징계 대상은 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세계 정치사에서 상당히 오래된 '전통'으로,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의회제정법인 1689년 권리장전(權利章典)에서 처음으로 개념이 인정됐고, 이후 미국 의회 등에서 이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전세계로 확산했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제헌헌법부터 면책특권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서 의원의 정당 대표성이 강해져 의회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면책특권의 의의가 다소 변질되면서, 각국에서 이를 제한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의원들이 국민의 권리보다는 정파적 목적 달성을 위해 시중에 도는 근거 없는 내용을 공표하고 면책특권 뒤에 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의회는 의원 면책특권이 아예 없고 터키 의회는 최근 면책특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국회 안에서 직무상 한 발언이라고 해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면책특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우리나라도 독재 정권 시절에는 의원들이 탄압을 피해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수단으로 면책특권을 활용함으로써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의회주의가 정착되고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정확하지 못한 정보의 과잉 현상이 심화하면서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을 부추기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