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앞이 안 보이니…의원들, 제 살 궁리에 계파싸움"
“새누리당의 살길이 안 보이니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계파 싸움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희옥)가 활동에 들어간 지 3일로 한 달을 맞았다. 외부 위원들은 새누리당이 혁신 아젠다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변화에 나섰다면서도 계파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여부에 대해선 “희망이 있다”와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갈렸다.

임윤선 위원(변호사)은 “이제 계파 논리를 벗어던지고 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혁신을 위해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비대위가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계파 싸움 원인에 대해 “새누리당이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새누리당이 함께 살길을 찾으려 하나 구심점이 없어 공생이 안 되니 나라도 살려고 계파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재선을 위해 지역구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의원들이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라 새로운 ‘잡(job·직업)’을 찾기 위해 (국회에) 온 것 같다”며 “국회가 왜 의원들의 ‘잡’을 구해주는 곳이 돼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세진 위원(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사람의 생각이 같지 않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이면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의견 다름이 건설적이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진취적인 토론 과정이었으면 좋겠다”고 계파 싸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정근 위원(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은 유승민 의원 등 복당을 놓고 벌어진 계파 갈등에 대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구도로는 본질을 볼 수 없다”며 “유 의원처럼 포퓰리즘적 시각을 가진 의원은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복당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미래에 대해 민 위원은 “갈등을 겪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정승 위원(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은 “새누리당은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며 “김희옥 위원장이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국민의 생각에 맞춰 반성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 위원은 “혁신하러 새누리당에 들어왔는데, 만만치 않다”며 “혁신하지 않으면 내년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가 반등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치제도가 올바로 정립돼야 한다”며 “당선을 위해 포퓰리즘을 주장하게 하는 소선거구제하에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포퓰리즘을 막고 시장경제 설계를 제대로 하는 등 당의 정강·정책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곤 위원(전 국회 사무차장)은 “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지역에 ‘전략공천’할 게 아니라 정치 신인들의 진입장벽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