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이미지 쇄신…野 구설에 '혁신 선수(先手)' 시도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잇따라 터져나온 선거비용 리베이트 파문과 친인척 보좌진 채용 시비 등으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30일 고강도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내놓으며 국회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국회 윤리위원회 권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의결했다.

비대위는 전날 소속 의원들이 8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에 채용하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밝힌데 이어 이날 '8촌 이내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 제정으로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더민주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불체포 특권' 정상화 과제에 대해 '체포동의안 72시간 자동폐기'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 회기중 영장 실질심사 자진출석 의무화' 조항을 신설토록 하는 구체안까지 발표했다.

국회의원이 범죄 혐의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됐던 방탄국회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날 전격적인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채용' 논란으로 촉발된 특혜 시비가 새누리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자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련 법규 미비로 친인척 채용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공공연한 관행처럼 돼있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이에 따른 논란과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일만 남았다는 판단 아래 국민의 비난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동시에 20대 국회 주요 화두인 정치 개혁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음으로서 올 하반기 본격 시작될 대선 정국에서 앞서나가려는 일거양득의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중도의 대안 정치를 표방하며 제3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의당까지 선거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으로 휘청이는 등 야권 전반이 흔들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로 읽힌다.

이와 함께 4·13 총선 참패 이후 잇딴 내홍으로 인한 갈등과 무능력한 이미지로 얼룩졌던 여당이 혁신 작업에서 야권에 앞서 '선수(先手)'를 구사함으로써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로, 일단은 오랜만에 개혁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혁신비대위가 발표한 불체포 특권 포기나 세비 동결 등의 내용은 앞서 19대 국회 때 활동했던 당 보수혁신특위 등에서 이미 한 차례 추진했다가 당내 저항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르면 내주 열리게 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