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것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회의 기록을 일절 남기지 않는 서별관회의의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에 앞서 사전적으로 비공개 협의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의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밀실회의'는 책임성 약화와 같은 폐단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30일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각 기관 업무보고에서는 전날에 이어 서별관회의 관련 자료 공개여부를 두고 여야 위원들과 금융위원회의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인 2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무위에서 "서별관회의 속기록이나 발언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별관회의가 열린 날짜, 참석자, 주요 안건이라도 밝히라고 위원들이 요구하자 "서별관회의를 위해 금융위가 마련한 자료는 있다"면서도 "자료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여야 모두 관련 자료가 있다면 공개해야 한다고 했지만, 금융위는 서별관회의가 비공개·비공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탓에 이날 정무위 회의는 공전을 거듭하며 두 차례나 정회했다.

여당마저도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나선 상황에서도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금융위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앞서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최종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서별관회의를 하지 말라는 것은 공식적 회의 이외에는 장관들이 모여서 회의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회의 참석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얘기를 해야 더 긴밀한 조율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29일 정무위에서도 "서별관회의는 (특정 사안에 대한 결정에 앞서) 사전적으로, 비공개로 협의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라면서 "이 회의에서 논의하는 내용을 기록하지 않아 왔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일수록 심도있게 논의해야하고 공식적인 결정은 경제장관회의에서 이뤄진다"면서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비공식적 회의나 과정이 심도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서별관회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별관회의에서 중요한 정부 정책의 방향이 사실상 결정되는 만큼, 나중에 이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게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한 논란도 서별관회의 논의 내용에 대한 폭로에서 시작됐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4조원 지원이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홍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기재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일자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규모 및 분담 방안 등은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항"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하지만 아무런 권한도 없는 밀실회의에 숨은 일부 참석자들이 멋대로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종류의 비공식 회의든 논의 내용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비공식 회의를 수시로 하면서도 회의 기록은 남긴 바 있다.

비공식회의에 대한 기록을 얼마간 비공개로 유지하되,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회의 내용에 대한 보안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서별관회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회의체에 공식적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추후 국회와 감사원이 의사 결정의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문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