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번지면 우리나라 큰 타격"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이 몰고올 국제정치 환경 변화의 방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9일 브렉시트로 인한 반(反)세계화 패러다임 확산 또는 EU의 안보적 입지 약화 가능성 등을 주목했다.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이 전개될 경우 "우리에게도 굉장히 큰 도전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일부 유럽 전문가 가운데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EU 결속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브렉시트 사태의 파장과 향후 전망에 대한 국내 외교안보 및 유럽 전문가들의 견해.

◇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 지금까지 세계화, 국제협력이 하나의 트렌드였다.

그런 트렌드 속에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글로벌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소수만이 이득을 보고 서민들은 소외됐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비단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트럼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동안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될지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과거 대공황이 일어나고 자본주의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는데 그 정도의 충격이 있을 수도 있다.

올해 11월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일국 번영, 고립주의 경향이 확대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답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런 점이 가장 염려스럽다.

그동안은 글로벌 질서를 미국이 주도했다.

당장은 EU가 약해졌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 등의 입장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당장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경제적 도전이 있을 수 있다.

영국과 다시 FTA를 맺어야 하고,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브렉시트가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바람이 불게 되면 그동안 글로벌 협조와 국제주의에서 일국 번영, 민족주의적 방향으로 겉잡을 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국제주의 틀 속에서 번영을 해왔는데 그런 식으로 가면 우리에게도 굉장히 큰 도전이 올 것이다.

우리 외교적, 안보적 과제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우리는 국제협력의 틀로 가야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판이 깨져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로 가면 가장 타격이 큰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일 것이다.

◇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까지 가장 중요했던 EU의 정책기조는 팽창정책이었다.

유럽에 있는 여러 국가들을 흡수해 팽창하는 것이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는데, 그것이 멈췄다.

안보 면에서 아직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EU가 안보를 의존해온 나토의 위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EU의 다음 단계였던 대통합, 즉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에서도 공통된 정책을 펴는 부분이 어려워진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이 EU의 군사력과 외교력에 기여해 왔지만 대체할 만한 나라가 없다.

독일이 점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전범국가였다는 점에서 아직도 내부의 반대가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반(反)세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보수당 내부, 즉 제도권이 분열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의 간판 인물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보수당내 인사)가 아니라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였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세계화가 멈추거나 되돌려진다는 신호탄은 아닌 것 같다.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과 관련해서 당장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

EU가 동북아에 있어서는 주로 비전통 안보 부문에서 활동했지 안보에는 잘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과 EU가 중국에 대해 펴온 인권 압박 등의 공동전선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 김철민 한국외대 유럽연합(EU) 연구소장 = 브렉시트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라고 있지만 그렇게 큰 파급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른 EU 회원국들의 탈퇴 도미노에 대해 우려가 많이 나오는데, 브렉시트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극우정당이나 유럽통합 회의론자(Eurosceptic) 주장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각인하게 될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국론 분열이나 경제적 문제가 현실화하기 시작하고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오히려 이성적 판단을 내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U가 확장 일변도 정책을 펴왔고, 브렉시트는 이를 역행하는 첫 시험 사례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EU가 큰 시험대에 들어서는 것이지만 오히려 기존 회원국들의 이탈이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조치를 브렉시트를 통해 구체화할 수도 있다.

대응책을 새롭게 모색하고 단결력을 결속할 또다른 것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EU의 발전 과정을 보면 엄청난 도전과 위기 속에서도 항상 새로운 대안, 회원국 간의 합의를 만들었다.

이탈을 막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면 오히려 EU 결속에는 약이 된다고 본다.

다만,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 경제나 국민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