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필요성 얘기하지 말고 어떻게 투입할지 밝혀야"
"부처에서는 추경 편성에만 한달 걸린다는데, 장관은 7월초 통과요구"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추경예산 논의와 관련해 "왜 추경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더민주가 사실상 찬성입장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무조건 찬성'은 당의 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추경 편성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다른 당에 휩쓸리는 모습 대신 추경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해 최근에 추경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며 "그러나 막연하게 추경의 필요성만 얘기하지 말고, 어떻게 투입했을 때 한국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을지 청사진부터 조속히 제시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3.1%에서 2.7%로 하향한다고 했다가 취소하더니, 이제 어떻게 성장할지 수치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경제상황을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추경도 이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일 황당한 것이 저다.

추경과 관련한 어떤 제안도, 어떤 전화도 받지 못했음에도 흐름은 추경 편성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다"며 "야당의 추경관련 입장을 신문을 보고 답해야 하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왜 추경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느 정도로 하겠다는 것인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추경안을 보여주지도 않고 통과시키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대응도 기가 막힌다.

장관은 7월 초까지 추경이 통과돼야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려면 한달이 걸린다고 한다"며 "어떻게 7월 초순에 통과를 시킬 수가 있겠나.

장관은 현실을 알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런 방식의 추경편성은 정말 문제가 있다"며 "언론을 통해 야당을 압박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응하게 하려는 의도라면 그래서는 안된다.

제대로 협조를 구하고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추경 얘기가 나오기에 정부에 물어봤더니 내년 예산을 짜는데 바빠 추경 편성 작업은 시작도 못했다고 하더라. 8월에나 짤 수 있다는 답을 하더라"라며 "이 경우 9월에야 통과될 수 있다.

장관이 자기들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위원회는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내부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부채 없는 추경이 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혔으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더민주가 사실상 추경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해석해 왔다.

다만 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정부가 구조조정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추경을 하려면 연관성을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현재로선 납득이 안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