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뿐 아니라 운반수단도 갖춰"…8년 공전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더욱 요원
"중국에 실망? 각자 할 일 하는 것"…북중 접촉서도 입장차만 확인한듯
북미 접촉 여부엔 "미국에 물어보라…민감한 문제로 밝히지 않겠다"


중국을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23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북한명 '화성-10')의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의 (핵탄두) 운반수단이 명백히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제는 우리가 미국이 어떤 핵전쟁을 강요해도 당당히 상대해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주중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이번 미사일 발사를 우려하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로서는 대단히 기쁘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는 "대단히 익숙해져 있다"고 대꾸하기도 했다.

최 부국장은 "우리는 다른 이들로부터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고,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하는 것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핵능력을 강화시켜 가해진 위협에 대처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 재개 불가 입장도 다시 한 번 명확히 피력했다.

그는 6자 회담은 본래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이었지만 "이제는 그 사명이 참 변해야 할 것 같다"며 "미국이 핵위협 때문에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그 운반수단도 원만하게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그런 회담은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 부국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6자회담 당사국 수석대표나 차석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민반관(1.5트랙)'의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도 "우리가 만든 핵은 다치지(건들지) 말라", "그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끝나는 때에 가서 볼 일"이라는 입장을 명백히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6자 회담이 죽었다"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국장은 이와 관련, "(6자 회담이) 사멸했다는 것은 내가 한 말은 아니고(개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는 뜻), 지난 4월 12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대답으로 6자 회담에 대한 입장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는 한편 북핵라인 주요 당국자를 내세워 국제사회에 '핵무장 강화', '6자회담 사멸' 입장을 천명한 것은 핵포기를 전제로 한 비핵화 대화에는 이제 응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체제의 확고부동한 메시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6자회담은 2008년 중단된 이후 8년 째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들어 들어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북한은 이를 기점으로 핵포기가 전제된 기존의 6자 회담 틀에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년들어 북중관계가 삐걱거리는 근본 원인도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최 부국장은 이날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중국에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중국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최 부국장은 북한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아왔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6자회담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북핵 관련 논의에서 시종일관 평행선을 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우 대표가 이번 북핵 세미나에서 관련 국가들에 '조속한 6자 회담 재개'를 촉구한 사실 등을 공개했다.

최 부국장은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과도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미국 측에 물어봤으면 좋겠다.

예민한 사항이어서 여기에서는 제가 밝히지 않겠다"며 직간접적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만 시사했다.

그러나 설령 접촉이 이뤄졌다 해도 현재 상황에서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최 부국장은 지난 20일 베이징에 도착해 23일 폐막한 NEACD에 북한 대표로 참석했으며 오는 25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