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동 위협 인식…'北 선제공격' 킬체인 구축도 시급

북한이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북한 명칭 '화성-10') 발사를 통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 수준을 과시함에 따라 한미일 3국의 미사일방어(MD) 공조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진행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주체조선의 핵공격 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서 거대한 의의를 가지는 지상대지상(지대지)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화성-10은 무수단 미사일을 가리킨다.

북한이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성공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선 것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가 3천∼4천㎞에 달해 주일미군기지와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포함한다.

이 때문에 무수단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하는 무기로 분류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고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였다"며 무수단 미사일의 표적이 괌 미군기지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무수단 미사일은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일본에도 중대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은 한국을 직접 겨냥하는 무기는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유사시 한반도에 미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주일미군기지와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이 한미일 3국의 공동 위협이라는 얘기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니 6자회담'인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도 3국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한미일 3국은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 공유를 포함한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보완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은 이달 말 하와이에서 열리는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을 앞두고 이지스 구축함을 투입해 미사일 경보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는 등 미사일방어체계 공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서 한미일 3국은 미군 육상중계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국은 2014년 정보공유 약정 체결 이후 오프라인으로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해왔지만, 온라인 실시간 정보 공유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해군 대장)도 지난 17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을 '공동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국, 일본, 미국이 무기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며 3국 미사일방어체계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한미 양국이 진행 중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군은 사드가 스커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북한의 대남 공격용 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무수단 미사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사드 배치 논의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논의에 착수한 것도 지난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직후였다.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공격하는 '킬체인' 구축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