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 문제를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여부를 놓고 대립한 권 총장을 경질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권 총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과 권 총장은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전에 따로 만났다. 권 총장은 “이번 (경질) 결정은 합리적 이유나 명분이 없다. 재고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총장을 바꿔 일해보고 싶다. (재고는)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과 권 총장 모두 이날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는 어색한 정면을 연출했다.

총장 중도 해임은 전례가 없고 당헌·당규상 규정에도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총장은 당 재정을 책임지고 지도부의 결정사항을 실행하는 핵심 보직이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맞지만, 뜻이 맞는 사람을 임명해왔기 때문에 중도하차시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비대위 전체가 해임 의결을 하지 않는 한 비대위원 겸 사무총장직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계파 갈등도 재점화 조짐을 보였다. 비박계 의원들은 권 총장 해임 방침에 반발했다. 이혜훈 의원은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결정이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혁신비대위가 받아들였으면서 총장을 경질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독재를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은 “(권 총장의 사퇴는) 혁신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총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조원진 김태흠 등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권 총장 사퇴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