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의혹 대응 '스피커' 줄이고 '볼륨' 낮추기로
당 지도부 "움직일 공간 없어"…정치적 행보도 답보 상태
내부 배후설 등으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 정비 나서

"움직일 공간이 없다."

국민의당의 한 지도부 인사가 1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던진 한숨 섞인 말이다.

김수민 의원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라는 블랙홀에 국민의당은 한없이 빨려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중의 시선은 '리베이트 의혹'에 모아졌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부각된 존재감과 정책 '열공'을 통해 비상하려 했던 기세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벌써 10여일째 갈길 모르고 멈춰선 채 난타당하고 있지만, 미로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처지다.

일단 국민의당은 당분간 차분히 검찰수사를 지켜보기로 했다.

대응 창구도 줄이고 반응도 신중하게 내놓기로 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스피커'도 줄이고 '볼륨'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뒤 당 법률위원회가 정면 대응한 데 이어 자체 진상조사단까지 꾸려 적극적으로 대처해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상임공동대표는 통화에서 "현재 국민의당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면서 "검찰 수사에 협력하면서 결과가 발표되면 우리 나름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원칙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미리 책임질 일도 아니고,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향후 수습 방안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상대로 물밑에서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해온 일부 당직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가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이 같이 대응 기조를 바꾼 것은 그동안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애초 지도부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진상조사단을 꾸린 게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당내에서도 메시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중구난방으로 나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홍보 업체와의 계약 문제도 사건에 연루된 업체 말을 듣고선 '업계 관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디자인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김수민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브랜드호텔과 급박하게 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타난 계약관계의 미숙함이었는데, 이를 관행이라고 말한 게 스텝을 꼬이게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야심 차게 꾸렸던 진상조사단은 활동을 개시한 지 3일만인 지난 16일 "당으로 유입된 자금이 없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사실상 활동을 멈춰 '용두사미'로 흐르는 분위기다.

애초 검찰의 수사 대상자인 김수민·박선숙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도 면담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면담에 그쳤다.

진상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중요한 상황에서 당사자들을 조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여러 의혹이 당 내부에서 파생되고 있는데다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사분오열된 당내 분위기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인식도 신중 대응기조로 돌아서는 배경이 됐다.

특히 당내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리베이트 의혹 제기에 대한 특정인 배후설이 난무하는 등 복마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리베이트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당직자 7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단합을 강조한 것도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당 내부가 정비되고 여론이 호전되면 중단됐던 안 대표의 지역 행보와 안보 행보 등을 재개할 방침이나, 타이밍을 잡기가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