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판 흔들었던 유승민 논란 재연…친박의 '嫌劉정서' 갈등 핵심
당청관계도 다시 대립구도…전대전 劉 복귀 '후반기 친정체제' 잠재적 위협
김희옥 사퇴시 또 '지도부 공백'…친박·비박·원내지도부 모두 타격

"돌고돌아 다시 유승민이네"
새누리당 임시 지도부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하면서 여권 전체가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자 당내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 20대 총선 공천 과정 내내 여권을 뒤흔들었던 '유승민 축출' 논란이 '포스트 총선' 국면에서 사실상 성격이 비슷한 '유승민 복당' 논쟁으로 재연되는 점을 꼬집은 얘기다.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 결정을 비박(비박근혜)계의 '쿠데타'로 규정하고 분당과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지만, 비박계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과"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한동안 양대 계파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총선 참패 이후 50일 동안 임시 지도부조차 꾸리지 못한 '무정부 상태'로 무기력하게 연명하다 이달 초에야 겨우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던 새누리당이 다시 혼돈에 휘말린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이 불과 1년 반 밖에 안 남은 중요한 시점에서 유 의원 한 사람의 새누리당 합류 여부를 놓고 당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내홍이 벌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유승민 의원에 대한 주류 친박계의 알레르기 반응, 다시 말해 '혐유(嫌劉) 정서'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친박계는 유 의원이 원내대표 재임 당시 국회법 개정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한 장면을 '용서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17일 "유 의원은 우리 당 구성원들과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당시 유 의원을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공천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낙천 압박을 통해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게 했다.

탈당파 의원 복당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연히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했다.

이런 정서를 고려하면 비박계가 주도한 비대위의 기습적인 '유승민 복당' 결정에 허를 찔린 친박계가 분당을 거론할 만큼 격하게 반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지적이다.

다만 친박계의 반발은 단순히 감정적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 의원의 복귀는 차기 당권을 비롯한 여권 전체의 권력 지형도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라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이번 유 의원 복당 결정에서 친박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던 비대위의 표결 결과가 친박계에 불리하게 나온 점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주류 측에 큰 충격을 줬다.

이런 식의 구도로 흘러가면 8·9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가 당권을 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학재 의원과 친박으로 분류했던 외부 출신 비대위원 일부에서 이른바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당내 친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주류 친박계로서는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표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의원 스스로 '비박계 대표주자'로 전대에 출마하면 당권 구도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친박계는 가장 경계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유 의원의 전대 출마 자체도 문제이지만, 만약 대표에까지 당선된다면 결국 여권이 분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대로 비박계는 이번 일괄 복당 결정을 통해 지난 공천 과정에서 와해됐던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앞으로 비박계가 수평적 당·청 관계 재정립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당청 관계가 상당한 긴장 상태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부 비박계는 이미 친박계의 소멸만이 계파 청산과 당내 화합,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여권 주류 핵심부의 기류도 살펴야 하는 원내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배치 문제가 마무리되면서 비박계 중진들의 행보가 더욱 자유로워진 점 역시 당·청 관계에 긴장감을 드리우고 있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거론한 임시 대표인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 직후 김선동 비서실장에게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하고 칩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표결을 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말한 데 대해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전체가 해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여권은 다시 혼돈의 지도부 공백 상태로 회귀하게 돼 상당한 여론의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비대위 결정에 반발한 친박계는 물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주요 구성원들 역시 상당한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