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방장관으로서 처음으로 '에콜 밀리테르'서 강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지금까지의 접근 방법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린 섬뜩한 경고장이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각 오후 6시) 파리 에콜 밀리테르의 전쟁대학 강당에서 전쟁대학과 고등군사연구원, 국방대학원 학생 등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프랑스 전략적 국방협력 비전과 한국의 국방정책'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국방장관이 프랑스군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는 에콜 밀리테르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장관은 "이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행동으로 보일 때까지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충실히 집행함은 물론 비핵화를 위한 엄정한 추가 조치도 취해야 할 때"라며 "이것이 최근 비핵화 합의를 이끈 이란의 사례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EU(유럽연합)의 대북 추가제재안 성안에 주도적 역할을 해 주신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고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프랑스, EU와 지속적으로 공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양국의 국방협력 수준에 대해 "한국과 프랑스 양국은 이제 양자관계 발전을 넘어 각국이 속해 있는 유럽과 동북아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양국관계는 단순한 지식과 경험 공유 차원을 넘어 전략적 국방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추진할 전략적 국방협력 방향으로 ▲장교간 군사교육교류 활성화 ▲PKO 분야 협력 증진 ▲사이버 안보분야 협력 강화 ▲북핵 해결과 핵 비확산 실현 공동대응 노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사이버 안보분야 협력과 관련해서는 "오늘날 사이버 영역은 육·해·공·우주 공간에 이은 제5의 전장으로 지칭되고 있고, 국가 주요기반 시설망에 대한 불량 국가와 집단의 사이버 공격은 국가안보와 경제에 실질적이고 심각한 손실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초국가적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군과 프랑스군이 사이버 위기대응체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사이버 안보 전문인력 양성 정책을 상호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한민구 장관은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부 장관과 가진 국방장관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조치와 별개로 추가적인 제재 문제를 공동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어 한국 내에서 실시되는 각종 훈련에 프랑스군의 참여를 확대하고, 방산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완성품에 대한 공동마케팅도 펼치기로 했다.

르 드리앙 장관은 회담에서 "이번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한·프랑스 간 전략적 국방협력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파리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