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서해해상전투 전시실' 소개…NLL도 부정
전문가 "서해 불안정성 부각한 대화제의 호응 촉구 의도"


북한이 남·북 해군 간에 1999년, 2002년, 2009년에 걸쳐 세 차례 벌어진 서해교전의 승리를 주장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을 부정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 11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TV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선군혁명승리관에 마련한 서해해상전투(서해교전) 전시실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북한군이 전투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고 선전했다.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여군 강사는 1999년 6월 15일 발발한 제1연평해전에 대해 "이날 우리 해병들은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사전을 벌려 적들과 용감히 싸웠다"며 "30분간의 교전 끝에 적들은 숱한 전투 손실을 내고 꽁무니를 사리고(빼고) 말았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 해군의 초계함 1척의 기관실이 파손되고 고속정 3척이 일부 파손됐으며 장병 7명이 다쳤다.

그러나 북한의 피해는 남한보다 컸다.

강사는 이어 2002년 6월 29일에 일어난 제2연평해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 우리 포탄에 맞아 만신창이 된 적들의 함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09년 11월 10일에 발생한 대청해전에 대해 "두 차례 걸친 서해교전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을 대신 리명박 역적 패당은 북방한계선을 떠들면서 우리 경비정에 수십 발의 함포사격을 난사하는 군사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설자는 "북방한계선이란 것을 그어놓은 미제는 오늘날에 와서 북방한계선이 마치 서해 해상경계선이나 되는 것처럼 둔갑시키면서 서해상을 최악의 열점지역으로 만들어놓고 무모한 군사적 소동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방한계선은 1953년 8월 30일 유엔군 사령관이 선언한 해상경계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까지도 서해 북방한계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 지역은 해마다 꽃게잡이철인 6월께면 남·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큰 곳이다.

지난달 27일에도 북한 어선과 단속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북쪽으로 돌아간 바 있다.

당시 북한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시험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서해교전의 승리를 선전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 방송을 내보낸 저의에 관심이 쏠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3일 "서해는 언제든 교전이 벌어질 수 있는 불안전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금이 1, 2차 연평해전이 발발한 6월이라는 점, 서해는 6월 꽃게 철을 맞아 군사 분쟁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라는 점,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우리 측에 서해열점수역 등과 관련한 군사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서해의 불안정성 부각해 내부적인 경각심과 체제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남·대미 차원에서는 그들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