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이 지난 3일 목포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이 지난 3일 목포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사진)은 2014년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틀 뒤 이런 말을 남기며 정치권을 떠났다. 이후 전남 강진의 허름한 시골 흙집으로 내려갔다. 한 측근은 ‘셀프 유배’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은 2008년에는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강원 춘천의 한 농가에서 칩거하다가 2년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손 전 고문이 지난달 18일 정계 복귀를 시사한 뒤 여야에서 그가 언제, 누구와 손을 잡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계 개편 주역이 될 것”, “불쏘시개에 그칠 것” 등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칩거생활을 하던 그가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4일.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계 복귀에 대해선 “강진이 더 지겨워서 못 있겠다고 하면…”이라고 모호한 답을 내놨다.

그런 그가 지난달 18일 5·18 행사 참석차 광주에 들러 ‘정치권 새판짜기’를 주장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다시 칩거하며 입을 닫았다.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시점은 그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을 맞는 7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의 측근인 이찬열 더민주 의원이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주춧돌을 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법은 손 전 고문이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더민주 복귀, 국민의당 행, 여야 중도파를 아우르는 세 결집 시도 등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함께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더민주도 손학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정계 은퇴 번복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대선 가도에서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끊임없이 견제해 온 친노무현계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 복귀도 여의치 않다. 국민의당 행은 ‘안철수 대세론’을 넘기 쉽지 않다. 안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외연 확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갤럽의 지난 7~9일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대선주자 지지율 3%에 그쳤다. 그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이유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