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의식·협상여지 관측…"경제-핵무력 건설의 병진로선을 틀어쥐자"

지난달 초 개정된 북한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호칭이 "노동당과 조선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영도자)"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조선로동당 규약 주체105(2016)' 서문은 김정은에 대해 "김정은 동지는 노동당을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주체혁명을 최후승리로 이끄는 노동당과 조선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라고 명시했다.

규약은 이어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노동당의 창건자이시고 영원한 수령"이라면서 "김정일 동지는 노동당의 상징이고 영원한 수반"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는 당 규약의 개정을 통해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수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수반'이라고 각각 호칭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도 '위대한 영도자'로 호칭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와 같은 지도자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음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은 각종 관영 매체와 주요 인사 발언을 통해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당 규약에는 '핵보유국'이라는 말을 명시하지 않았다.

애초 예상과 달리 북한이 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 비판을 피해 가면서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보유국이라는 단어를 당규약에 넣으면 북한이 미국 등을 상대로 대화 협상을 벌여가는데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6~9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7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으로 당 규약을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한 당 규약은 총 52페이지 분량으로, '당원'과 '당의 조직원칙과 조직구조', '당의 중앙조직', '당의 도·시·군 조직', '당의 기층조직', '조선인민군 안의 당조직', '당과 인민정권', '당과 근로단체', '당 마크, 당기' 등 총 9장으로 되어 있다.

규약에는 18세부터 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다면서 월수입의 2%를 매달 당비로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당의 유일적 령도(영도) 체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당의 로선(노선)과 정책을 반대하고 종파행위를 하거나 적들과 타협하는 것을 비롯하여 당과 혁명에 엄중한 손실을 끼친 당원을 출당시킨다"고 강조했다.

당 대회 사업과 관련, "노동당 위원장을 추대한다"며 "노동당 위원장은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령도한다"고 말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추대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어 "당 중앙위원회는 전원회의를 1년에 한 번 이상 소집한다"면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전원회의 사이에 당 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한다"고 정치국·상무위원회 역할을 설명했다.

규약은 또 해설문을 통해 "노동당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노동당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영원히 높이 모시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로동 계급과 근로 인민 대중의 핵심부대, 전위부대"라고 주장했다.

또 "노동당이 북한의 모든 정치조직 가운데서 가장 높은 형태의 정치조직이며 정치, 군사,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통일적으로 이끌어가는 사회의 령도적 정치조직이며 혁명의 참모부"라고 강조했다.

병진노선에 대해 "노동당은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로선(노선)을 틀어쥐고 과학기술발전을 확고히 앞세우면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고 사회주의 경제강국, 문명국 건설을 다그쳐 나간다"고 적혀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2년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됐던 노동당 규약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김정은 위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