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초선 '전략적 몰표'…극단적인 표 쏠림
정세균 "20대 국회, 때론 강경함도 필요할 것"


제20대 국회 전반기 입법수장으로 9일 선출된 정세균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의장 후보 선출 경선에서 예상외의 '압승'을 거두자 당내에서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힘이 거듭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과의 분당 사태와 4·13 총선을 거치면서 당내에서 친노·친문 진영의 세가 더 강력해졌고, 이번 경선에도 이런 역학구도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 의장이 이날 경선에서 획득한 표는 전체 121표 가운데 58.6%에 해당하는 71표다.

이에 비해 특정한 계파가 없는 이석현 의원은 6표를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정 의장이 이번 경선에서 받은 표는 같은 친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문희상 의원(35표)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이 전략적인 투표를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초 당 안팎에서는 정 의장과 문 의원 모두 친노인 만큼 팽팽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앞서 같은 '86그룹' 우상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이 경쟁했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수 의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문 의원이 아닌 정 의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 의장과 같은 계파로 분류됐던 박병석 의원이 기대에 못 미치는 9표에 그친 것 역시 이런 '전략적 몰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런 경향은 초선의원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문 의원(35표)이 가져간 표는 이들과 과거부터 깊은 관계를 맺은 의원들이 던진 '고정표'일 확률이 높다"며 "초선보다는 함께 의정 생활을 오래 한 재선 이상 의원들이 투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초선 의원들의 표는 정 의장이 거의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내에서는 특정 계파의 조직적인 움직임보다는 성향에 따라 투표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이 '온화한 리더십'을 보이면서도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때때로 강경한 면모를 보여준 점도 의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과 거야(巨野)의 충돌이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 의장은 경선 승리 직후 "20대 국회는 온건함 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당 대표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에서는 이런 기류가 당권 경쟁에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현역 의원들은 지역위원장을 겸하면서 당연직으로 대의원이 되는 만큼 의원들 사이의 표심은 전당대회로도 그대로 연결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전대에서도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처럼 한 쪽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지가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