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직 추대 가능성…전문가들 "세대교체·기구 개편 예상"

지난달 초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최고수위'의 직위에 오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소집함에 따라 이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9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기구 개편을 단행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할 새 직책에 추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내각 차원의 세대교체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구체적 시행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도 다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노동당 7차 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격상된 만큼, 국가기관에서도 상응하는 위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신격화하면서 '국가주석·국방위원장' 직위를 부여한 만큼 이에 대해 손을 대지 않고 과거 운영됐다 폐지된 '중앙인민위원회' 같은 국가기구를 새로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김정은이 중앙인민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북한이 지난달 개최한 당 대회를 통해 노·장·청의 조화를 이뤘다고 하지만 김정은의 사람들이 대거 기용된 점으로 미뤄볼 때,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각 차원의 인사 조치가 단행될 것이다.

그리고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기관 차원에서 구체적인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면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언급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

5개년 계획에는 북한이 당 대회에서 제시하지 못한 '휘황한 설계도'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및 인사 개편도 이뤄질 가능성이 큰데 먼저 국방위원회는 유지하되, 오극렬과 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들을 소환하고 현영철 후임으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을 국방위원에 임명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다음은 국방위를 '군사위원회'로 개편하면서 김정은이 군사위원장에 추대하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군사위를 일치시켜 정책 결정과 집행 기능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김일성 시대의 중앙인민위원회를 부활시키거나 정무위원회를 신설해 김정은이 위원장에 취임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국방위를 그 산하기구로 포함하는 개편안이 이뤄질 수 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지난달 개최됐던 제7차 노동당대회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고 보면 된다.

북한이 통상적으로 4월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5월 당 대회 이후로 미룬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노동당을 제외한 북한의 국가기관들에 대해 인사 및 조직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는데 이에 걸맞은 새로운 직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유일 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200일 전투와 같은 새로운 대중운동을 만들어내고 당 대회 결의사항들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본다.

고립외교를 탈피하기 위해 외무성을 비롯한 대외기구를 전면적으로 쇄신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뉴 페이스'를 전진 배치해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인물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북한에서 6월에 최고인민회의가 소집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고인민회의는 인사와 예산이 핵심안건인 만큼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인사 브랜드를 안겨줄지가 관심사항이다.

국방위원장으로 올라설지 아니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안보기구를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

새로운 명칭은 '국방 최고위원회' 또는 '국방최고회의'가 가능하고 김정은이 그 수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제성장에 대해 강조하는 만큼 내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내각 차원의 기구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북한이 경제성장을 구가했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내각의 파워가 막강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부장 = 오는 29일 소집될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는 제7차 노동당대회에 대한 후속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서 위원장으로 격상된 만큼, 김정은의 국가 직위에 대한 정비 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나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애매하다고 볼 수 있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직위는 더는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위원장 타이틀을 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위원회 자체는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에 존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군(軍) 원로들로 구성된 부위원장 직에는 일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에서 내놓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하는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정책 면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강조한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기본 노선과 원칙을 강조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이에 대한 호응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