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안 흘리기 등 원내대표 간 물밑 협상 꾸준히 진행

최악의 경우 8월 말에나 완료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던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국민의당의 중재안(7일)으로 협상 판이 요동친 데 이어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국회의장직 양보 방침(8일)이 나오면서 협상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3일 전만해도 원 구성 협상의 전망은 암울했다.

애초 여야 3당 간 협상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여야 3당이 원구성 협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20대 국회 개원일인 30일을 10여일 앞두고서였다.

출발은 산뜻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9대의 18개 상임위원회 숫자를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한,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장단(7일)과 상임위원장(9일) 선출 시한을 준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나서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패를 감춘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국회의장 자유투표 가능성을 시사하자 새누리당이 협상 '보이콧'에 나서며 엿새 간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애초 제1당인 더민주에 국회의장직을 넘겨주는 듯한 분위기였다가 내부 반발로 국회의장직 사수로 선회하면서 협상이 꼬여만 갔다.

이 때문에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임기개시 기준) 걸렸던 원 구성은 이번엔 두 달을 훌쩍 넘길 것이란 우울한 전망에 무게추가 급속히 옮겨졌다.

특히 국회의장 선출 법정 기한인 7일을 하루 앞두고서도 원 구성 협상은 표면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에 "설렁탕에 따귀(뼈다귀) 빼고 기름 빼고 소고기까지 빼면 맹물에 밥 말아 먹으란 거냐. 최소한 셋 (핵심 상임위) 중의 하나는 (더민주에) 줘라"고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박 원내대표에게 "예결위를 (더민주에) 양보하겠다.

이것은 비밀로 지켜달라"고 말하는 등 물밑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는 이를 우 원내대표에게 살짝 흘리면서 조금씩 서로의 패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

그러던 중 7일 오전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선(先) 국회의장 선출안'을 양당에 던지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판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긴급의총을 열어 국민의당의 중재안을 수용한 반면, 새누리당은 거부 반응을 보이며 협상 판도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돌변했다.

장기화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타결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정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직에 대한 양보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된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첫단추이던 국회의장직 문제가 풀리자 곧바로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별도 회동을 갖고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해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