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걸림돌처럼 비쳐져 8선으로서 부담감 컸다"
협상 출구 여는 명예로운 선택…후반기 국회의장 가능성 높아

20대 국회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8일 국회의장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8선 의원인 서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장직을 맡기로 할 경우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런 점에서 이날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포기선언은 주변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서 의원은 1981년 제11대 국회 때 서울 동작구에서 민한당 의원으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33년간 활동하며 당 사무총장, 원내총무,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시 박근혜 후보와 정치적 인연을 맺은 이래 명실 공히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의 수장'으로 활동해왔다.

또 그는 여야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막후 채널을 가동해 여야간 대치를 해소하는 등 정치권의 원로로서 나름 괄목할 만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국회의장직 불출마 선언은 교착상태에 빠진 여야간 원 구성 협상에 물꼬를 터주기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 문제가 원구성의 걸림돌처럼 비치는 상황에 대해 8선 선배로서 부담감이 컸다"면서 "후배들을 위해 (협상의) 길을 터줘야겠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사이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고, 오늘 마침 새누리당의 전·현직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자리가 마련돼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국가미래전략포럼' 축사에서 "새누리당은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에서 의장을 달라고 하면 줘버려야 한다"며 "나는 (의장직에) 출마 안 한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두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자유투표가 실시될 경우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명예로운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신 서 의원으로선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1순위를 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이 무소속 탈당파의 복당 등을 통해 제1당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게 되고 그럴 경우 서 의원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찌됐건 서 의원의 '결단'이 꽉 막혔던 원구성 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는 정치권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 의원의 발표 직후 정진석 원내대표가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3당의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