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집합체, 매우 실망" 질책 속 구조문제 언급하며 수위조절
박원순 "무조건 제 불찰이고 책임…당에도 누 끼쳐 죄송"
일부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외주화 뿌리" 지적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정책간담회에 참석, 지도부와 의원들의 질타 속에 90도로 숙여 사과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했다.

더민주는 박 시장이 당 소속이지만 '따질 것은 따지며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간담회를 추진했다.

간담회에선 의원들이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이 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점을 감안해 전임 시장들 때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등 박 시장에게 지나치게 상처나는 것은 막으려는 듯 '수위조절'에도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도 국민의당 일각에서 청문회 주장까지 거론되자 '친정'을 찾아 "무조건 제 불찰이고 책임이다.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고 의원님들의 질책을 새겨 실효적인 대책을 만들겠다"며 90도로 숙이며 몸을 낮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간담회에서 "박 시장의 사과말씀을 그대로 듣고 이것이 계기가 돼 여러가지 협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 시장께서 책임 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외주화된 위험업무의 직영화, 메피아(메트로+관피아) 근절, 지하철 안전시스템 전면 재정비 등 대책을 보고하는 동안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비공개 부분에선 의원들의 질타도 쏟아져 박 시장이 진땀을 뺐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적어도 서울시는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참담하다.

이번 사고는 사회 부조리의 집합체고, 시가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박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 나라, 정치를 위해서도 근본대책을 꼭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재경 당 대변인이 전했다.

신경민 서울시당 위원장도 "전관예우제는 반드시 척결돼야 할 문제다.

국민은 세월호 아픔을 겪으며 죽어야 좋아지느냐고 했는데 이번엔 아예 죽어도 안되는구나 하고 절망적 문화가 만연된 상황"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전략기획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

박원순식 문제 해결의 모델을 만들어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박 시장은 간담회 말미에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전관예우 악습을 바로 척결하고 스크린도어 정비 직영화 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며 "당의 수치가 자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중앙정부와 국회의 도움도 절실하다.

세월이 이 사고를 무디게 한다고 하지만 잊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이번 교훈을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타 속에서 일부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 때 위험업무의 외주화 뿌리가 시작됐고 오세훈 전 시장 때 메트로 조직을 줄이면서 외주화가 본격화됐다"는 등 구조적 문제로 화두를 돌리며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더민주는 또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국민의당의 청문회 요구에 대해서도 차단막을 치며 대응에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감싸는 게 능사가 아니고 따질 건 따지겠단 입장을 저희도 견지하고 있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른 당이 제기한 것이고 국회 차원의 문제니 추후 저희 당의 입장을 정리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