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5㎿급 원자로에 쓴 핵연료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재처리 활동을 재개했다고 외신이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리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빼내 식힌 다음 재처리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이 북한이 영변에서 재처리 시설을 다시 가동했을 수 있다고 말한 지 하루 뒤에 나왔다.

전날 아마노 총장은 이날 위성 사진 자료 등을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렸으며, "우리가 확보한 북한의 5MW급 원자로 활동, 농축 시설 확장, 플루토늄 재처리와 연관된 활동 등에 관한 자료 등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노 총장에 이어 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리도 북한이 영변에서 핵무기용 원료를 얻기 위한 재처리를 다시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도외시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지난 2월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로 꼽히는 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고 지난 1일 미국 재무부는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을 국제 금융체계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북한이 핵도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의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2007년 흑연감속로인 5MW 원자로를 폐쇄·봉인한 뒤 이듬해 6월 냉각탑까지 폭파했으나, 경제·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소위 '병진' 노선을 채택한 직후인 2013년 4월 2일 5MW 원자로를 재정비·재가동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나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과 같은 미국 기관들은 올해 들어 영변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의심스러운 활동들이 포착됐다고 여러 번 지적했고, 이런 지적들은 지난 4월부터 더 자주 제기돼 왔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 후인 2013년에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흑연감속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5MW 원자로)를 포함한 핵시설의 재정비·재가동을 발표했는데 북한은 실제 영변의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이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5MW 원자로의 사용후 연료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얻는 방법은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방법과 더불어 핵무기 원료 물질을 얻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5㎿급 원자로가 완전히 가동되면 북한은 이 원자로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매년 핵무기 2개 분량에 해당하는 약 6㎏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