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원구성 협상 파탄 위기…무색해지는 '협치 선언'
20대 첫 임시국회도 '불법국회'…원구성 법정시한 또 위반
역대 최악의 지각 원구성 우려…상임위 개편 엄두 못낼수도

제20대 국회 첫 임시회가 7일 소집됐지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 소속 위원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령국회'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여야는 원 구성 마감 법정 시한인 이날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의장직을 가져가겠다고 대립하면서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당 간 협상에 진척이 없자 의장단 선출 시한인 이날 오전 국회의장 후보를 각당이 내고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자는 방침으로 회귀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장 후보를 각자 내고 표결로 뽑는 방안에 공조했고, 이에 새누리당이 "협상 분위기를 깨려는 야합"이라며 반발함에 따라 닷새 동안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더민주는 전날 공식 입장을 통해 '일방적 표결 추진'이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하면서 협상이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이날 야권이 다시 국회의장 자유투표 방침을 재천명하고 새누리당이 다시 강력히 반발하면서 3당 협상은 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 선출은 관례대로 (먼저 의장 내정자에 대한) 합의 하에 표결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관계자도 "협상하자면서 또 판을 깨자는 것이냐"면서 "야당이 표의 우위만 믿고 여당을 압박하는 것은 협상 정신과 의회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날 예정했던 본회의 소집과 국회의장단 선출은 사실상 무산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구도로 출발한 20대 국회 역시 스스로 만든 법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게 된 것이다.

국회는 지난 1994년 6월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국회 임기 개시 이후 7일 이내에, 상임위원장단은 최초 집회 이후 3일 이내에 본회의에서 선출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했지만, 지금까지 22년간 단 한 번도 이를 준수한 적이 없다.

게다가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와 교섭단체 증가라는 새로운 변수가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 역대 가장 늦게 원 구성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임기개시일 기준) 걸렸던 원 구성은 이번엔 정기국회 직전에야 완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선 첫번째 쟁점인 국회의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지조차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당에서 그 대가로 양보할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셈법이 크게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오는 대신 법제사법위원장을 더민주가 맡고, 기획재정·예산결산특별·정무 중 하나를 더민주에 내주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정에 필수적인 안전행정·정보위의 위원장을 사수하되, 외교통일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은 협상 상황에 따라 야당에 내줄 수도 있다는 복안이다.

반면 더민주는 원내 1당으로서 19대 국회까지 새누리당 몫이었던 국회의장, 운영위원장을 맡고, 경제 관련 상임위인 기재, 예결, 정무위원장 중 적어도 하나를 가져와야 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기존 여야가 분점했던 기재·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위원장 중 적어도 2개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회의장단 선출조차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상임위원회 개편 논의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회의장직과 '알짜 상임위원장'을 주고받기식으로 일괄 타결하는 방안이 꼬여 있는 원 구성 정국을 풀 가장 효율적 해결책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상임위 편재부터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상임위 편재를 놓고도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임위 개편 논의까지 함께 진행되기 시작하면, 협상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3당이 의장 하나를 놓고도 해답을 못 찾고 있는데, 상임위 개편을 어떻게 논의하겠느냐"면서 "3당 구조에서는 현행 상임위 체제에서 위원장을 나눠갖는 데에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