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폐기-재의 가능' 입장 맞서 '계류법안'으로 분류
국회사무처, 법안 처리 여야에 떠넘겼으나 논의 끊겨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지 7일로 11일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관련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19대 국회가 임기를 마치고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의 운명을 놓고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는 입장인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상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이 '계류법안'이라는 어정쩡한 으로 상태로 분류돼 있다.

국회사무처가 국회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공'을 여야에 넘겼기 때문이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례도 없고 이에 대한 학설도 나뉘기 때문에 여야 교섭단체가 내놓을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기와 함께 폐기된 것"이라며 "더는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은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민의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19대 국회 임기 종료가 임박해서 재의를 요구해 사실상 국회차원에서 재의할 기회가 없었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입장이 맞서 여야 간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야권도 원구성 협상에 집중하고 있어 당장 국회법 개정안 문제 공론화를 요구할 기세가 아니다.

또 야권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야당의 강경 대응을 유도하기 위한 여권의 유인전술로 규정하고 있어 장외투장이나 대여협상 중단과 같은 강경투쟁으로 맞설 의향도 없어 보인다.

뿐만아니라 야당으로선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인 만큼 국회법 개정안을 법률로 확정짓지 않더라도 수적인 우위를 내세워 언제든지 전체 국회나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3당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제20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소집해 재의요구안에 대한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뜻을 모은 바 있어, 원 구성 마무리 후 국회가 본격 가동되면 이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 논의에 재시동을 걸더라도 새누리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국회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때 임기만료폐기로 처리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