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장이 뭐길래"…'대선 전초전'된 원구성 협상
20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 3당은 20대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밤까지 협상했지만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등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7일 여야가 극적 합의를 통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하면 19대에 이어 또다시 위법국회가 된다.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위원장과 정무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느냐를 놓고 여야가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새누리당이 맡고, 이 세 위원회 위원장은 야당에 내주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통 큰 양보’라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운영위원장 자리다. 운영위원회의 핵심 소관부처가 청와대다. 청와대를 상대로 질의하고 국정감사를 한다. 여야 모두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운영위원장만큼은 서로 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이유다. 야당은 운영위원장을 차지하면 박근혜 정부 임기 말 실정을 부각하면서 ‘청와대 흔들기’를 본격화할 수 있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선 청와대 견제용으로, 집권 성공 땐 청와대 방어를 위해 운영위원장을 확보한다는 게 더민주의 전략이다.

더민주가 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 이 시점부터 청와대는 빠져라”고 말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은 청와대와 상의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정권 재창출을 이루기 위해 여권은 반드시 운영위원장을 사수해야 한다. 청와대가 야당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면 행정부가 흔들릴 수 있고,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15대 전반기 국회부터 19대 후반기 국회까지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차지해 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무위원장과 기재위원장도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경제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양보하기 어려운 자리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소관부처로 두고 있다. 야당은 위원장을 차지해야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데 유리하다. 기재위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세청 등을 관할하고 있다. 야당은 기재위를 통해 현 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선거에서 이슈화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현 정부의 4대 개혁 등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기재위원장을 맡는 게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여야는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선 전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은정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