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대신 네탓 공방…與 "野 야합 때문" vs 野 "與가 판 깨"
오늘 3당 원내수석 오찬회동…협상 타결 가능성은 '희박'

제20대 국회 원(院) 구성 법정 시한이 6일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간 협상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야 3당 간 의견 접근은커녕 첫 관문인 전반기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법정 기한을 넘길 게 유력하다.

대한민국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스스로 법을 어기는 모순을 이번에도 재연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국회 임기 개시 이후 7일 이내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도록 한 규정은 14대 국회 때인 지난 1994년 6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는데, 국회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를 준수한 적이 없다.

20대 국회의 첫 임시회 역시 원 구성 법정 기한과 같은 날인 7일 소집될 예정이지만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상임위원도 없는 '유령 국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권자들이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담아 20대 국회를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구도로 만들어줬지만, 역시 과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초장부터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이처럼 원 구성 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불법 사태'가 예상되자, 협상에 주력하는 대신 미리 상대에 책임을 떠넘길 구실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날까지 닷새간 중단됐던 여야 3당 간 직접 협상은 이날 원내 수석부대표들의 오찬 회동을 통해 재개될 예정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에 가깝다.

새누리당은 현재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배출하고 국정에 필수적인 운영·법사·기획재정·예산결산특별위·정보위 등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민주는 원내 1당으로서 19대 국회까지 새누리당 몫이었던 국회의장, 운영위원장, 정무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존의 여야가 분점했던 기재·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위원장 중 2개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여야 3당의 협상이 주체 간 신뢰 상실과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이번 20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은 역대 가장 늦게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임기개시 기준) 걸렸던 원 구성은 이번엔 두 달을 훌쩍 넘겨 8월 말에야 완료될 것이란 예상마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