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열린 뒤 1주일 만에 국회의원 법안발의 건수가 99건을 기록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개원 직후 1주일간 발의된 법률이 56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19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의원입법 남발’의 구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일간 의원입법 99건, 정부입법 1건 등 총 100건이 발의됐다. 국회 개원 첫 주에 발의된 법안 수는 15대 국회에서 0건이었던 것이 16대 6건, 17대 국회에서 23건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18대 국회에서 11건으로 감소했다가 19대와 20대 국회에서 크게 늘었다.

의원입법 수에 반비례한 ‘법안의 질적 하락’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국회법은 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추계하는 ‘비용추계서’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100개 법안 중 비용추계서를 미리 작성해 첨부한 것은 5건에 그쳤다. 그나마 48건의 법안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 요구서를 제출해 형식을 갖췄지만, 나머지 법안은 예외규정을 이용해 비용추계를 하지 않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제출됐으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 법안을 ‘재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인복지 관련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노인복지지원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 법안은 같은 내용으로 4건이 접수돼 있다. 또 기업 및 상시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에 일정 규모의 청년 미취업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도 지난 19대 국회 때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법이다. 이 법안도 같은 내용으로 2건이 올라와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법률을 제정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19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내놨지만 20대 국회에서도 똑같은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