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이어 원구성 갈등으로 대치국면 속 민생·경제로 '정면돌파'
순방중 과로로 링거 맞기도…공식일정 줄이고 '숨고르기'할 듯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 북핵공조 다지는 데도 주력 관측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국빈방문길에서 돌아오면서 산적한 각종 난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주목된다.

일단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의 '아프리카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경제와 문화 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로로 당분간 휴식이 불가피해 보이는 데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국회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협치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대내외적으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순방 중 역대 세번째 링거맞은 朴대통령…'숨고르기'하나 = 순방 기간 강행군을 한 박 대통령은 당분간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빡빡한 일정과 각종 예방주사 접종 탓에 몸상태가 나빠졌으나 링거를 맞으면서도 예정된 외교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순방 중 링거를 맞은 것은 지난 2014년 9월 캐나다 국빈 방문과 유엔총회 참석, 지난해 4월 중남미 4개국 순방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작년 중남미 순방 때는 위경련과 인두염까지 앓아 귀국 후 일주일 만에 공식 일정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최근 새로 임명된 윤병우 주치의가 순방 중간에 휴식할 것을 권했으나 일정상 불가능해 귀국 후 휴식을 권고한다는 소견을 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당분간 일정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꼭 필요한 일정 외에는 최대한 공식 일정을 줄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 대치국면에 휴식 중에도 정국구상 몰두할 듯…민생·경제 행보로 '돌파' = 박 대통령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도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순방 중이던 지난달 27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이어 최근 국회 상임위 배분 등을 둘러싼 여야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20대 국회 시작부터 대치 전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시 청문회'로 행정부 업무가 마비되고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주력사업들에 제동이 걸려 레임덕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게 거부권 행사의 주된 이유였으나 이로 인해 거대 야당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어버이연합 사태를 포함한 5대 현안에 대해 '1특별법 4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합의해 청와대와 여권을 정조준했다.

원구성 협상 파행과 관련해서는 야당이 '청와대 개입설'까지 주장하며 확전을 불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논란에 직접 휘말리기보다 '국회에서 여야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며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 유력하다.

오히려 정쟁으로 20대 국회 가동이 늦어져 민생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타결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현안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경제와 민생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우간다 방문 중이던 지난달 30일 개원한 20대 국회에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한 국회'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 '일하는 국회'를 거듭 강조했다.

◇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북핵 공조 다지기 주력 =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도 순방 후 챙겨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대화에 시동이 걸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은 북한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의 국방당국이 온도차를 보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6일 베이징에서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열어 북핵 포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 청와대로서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다져놓은 북핵 공조 체제를 더욱 확대해 북한의 제재 이완 시도에 강력 대처할 전망이다.

◇ 바닥친 국정지지도 상승세 탈까 =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후 바닥을 찍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순방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탈지도 주목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4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3.1%p) 결과 박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로 전주보다 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대 총선 직후 2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다른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의 지난달 30일∼지난 1일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2%포인트 오른 36.1%를 기록해 '순방 효과'를 실감케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