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친한 국가들과 접촉면 강화…北 위기감 커질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대한민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 것은 한·쿠바 관계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북한을 향한 우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쿠바에서 열리는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차 4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5일 오전) 아바나에 도착했다.

쿠바 방문은 표면적으로는 카리브 연안 25개 국가의 연합체인 ACS 정상회의 참석이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ACS 정상회의 참석 자체보다는 의장국인 쿠바와 쿠바의 '형제국' 북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와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관계개선 자체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 또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부는 "윤 장관은 A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외교장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쿠바 측 고위 인사와의 접촉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문화·개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쿠바와 접촉 면을 넓혀 왔다.

윤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도 "쿠바와의 수교문제에 대해 역점을 두고 지난 1년여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굉장히 관심을 두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의 쿠바 '공들이기'는 북한과 가까운 이란과 우간다 등에 대한 외교노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초 1962년 수교 이후 54년 만에 이란을 방문, 한·이란 정상회담을 통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나 중동에서 이뤄지는 위험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이란과 북한이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한·이란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북핵, 북한 문제에서의 협력공간이 넓어지고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7년, 1990년, 1992년 북한을 3차례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친교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북한이 받았을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과 접촉 면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느끼는 고립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도 최근 공세적 외교를 보이고 있다.

최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 부위원장이 각각 적도기니, 쿠바, 중국을 방문한 것도 '우방 지키기'와 고립탈피를 위한 북한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다.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맞선 북측의 방해공작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