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핵심역할 중국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인듯"

미국이 4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가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한민구 국방장관과 회담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고 우리 국방부가 전했다.

카터 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로 향한 전용기 안에서 한 장관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사전에 예고했던 발언과는 완전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사드는 한미간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군사현안인데도 모처럼 열린 회담에서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평가라는 반응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사전예고' 발언에 대해 한국 측이 즉각 부인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우리 국방부는 사드 배치 문제가 애초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공식 의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한미 공동실무단이 부지와 비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장관회담에서 추인할 만큼 진전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전날 한민구 장관도 같은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회담장 안팎에서는 양국 장관이 공동실무단의 그간 논의 경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수준의 언급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카터 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 발언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은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해 온 중국의 입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참가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높이고 동참을 더욱 끌어내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대북제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국의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도 주요 목표로 꼽혔다.

따라서 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실무적으로 긴밀히 준비하되, 굳이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를 공론화해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것에 공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맞서는 미국이 대중국 압박 카드로 사드 문제를 내세우고 싶었을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속도 조절' 분위기를 간파했거나, 아예 우리 측의 설득으로 자제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날 미국 측이 "사드 문제를 협의할 것이며 곧 공개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측은 "사드는 의제가 아니며 발표가 임박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마치 양국 간에 '온도차'가 있는 것처럼 비친 것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별개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민구 장관은 이날 '사드배치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해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면서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가 (사드 배치의) 본질"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드 문제가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