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샹그릴라대화 연설…"북과 무의미한 대화 매달리지 않을 것"
"남중국해 문제, 국제적 행동규범으로 평화적 해결돼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4일 북한의 핵 도발이 저지되지 않는다면 국제 핵 비확산체제는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주제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우리 국방부 장관의 연설은 2011년 이후 5년 만으로, 주최 측인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그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행태는 전례가 없는 군사적 위협이자 도발이며, 한반도는 물론 아태지역과 세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 장관은 이어 "모든 면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체제의 핵 도발이 시급히 저지되지 않는다면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며, 국제 핵 비확산체제는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북핵 문제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에 따라 "북한과 교류가 있거나 우방이던 국가들까지 자국 내 북한자산 동결, 금융거래 중단 등의 구체적 제재조치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에 대화를 제의한 것과 관련,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 없이 대화를 제의한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위장 평화공세에 불과하다"면서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와해시키고 견고해지고 있는 제재의 틀을 이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러한 무의미한 대화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대화는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후,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진지한 대화"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북한이 하루빨리 핵에 대한 집착과 미망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대화와 공동번영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국제규범이 불확실성 시대에 각국의 안보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 분쟁을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함을 강조해 왔다"고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80%가량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팽창주의 전략을 펴면서 필리핀, 베트남 등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국도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