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화력발전소 10기 폐쇄로는 한계…중국발 스모그 변수도 큰 문제

정부가 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범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내에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10년 이내에 프랑스 파리 18㎍/㎥, 일본 도쿄(東京) 16㎍/㎥, 영국 런던 15㎍/㎥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제2차 수도권대기환경기본계획의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하기로 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를 2021년 20㎍/㎥, 2026년 18㎍/㎥로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편서풍 지역에 있어 중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황사·미세먼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고, 겨울·봄철에는 강수가 극히 적어 유럽과 같은 미세먼지 세정효과 기대가 곤란한 점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는 대륙성 고기압으로 대기정체가 많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야기하고 있는 점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밖에 폐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30년 넘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거나 석탄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연간 1천600여명이 숨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소극적인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배출 분포도를 보면 수도권이 아니라 경북·충남·전남· 강원도 영월 등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지로 나타나고 있다.

공기중 화학 반응을 일으켜 2차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질소산화물과 유기화합물의 배출량도 경북·충남·전남이 수도권 못지않다.

화력발전소가 심각한 미세먼지의 배출원이라는 이야기다.

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석탄화력발전소인 영흥화력발전소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의 대기질 영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수도권의 상당 지역을 포함하는 50∼70km 반경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발전소에 대한 현재 환경영향평가 평가범위는 10km로 설정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광범위한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승인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절반 가까이 집중된 충남 지역에 신규 발전설비 증설도 문제다.

미세먼지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중 하나로 지목했던 경유차 감축문제가 이번 대책에 빠졌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도로를 주행하면서 미세먼지(PM10)와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측정하면 휘발유차는 실내인증기준 이내로 나오지만, 경유차는 실내인증기준에 비해 최대 20배까지 높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환경·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업계 입장, 국제수준 등을 고려해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향후 경유값을 올리고 휘발유값을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4개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한 후 공청회 등을 열기로 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신차 판매량 160만대 가운데 30%인 48만대를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이들 친환경차의 경우에는 전국 곳곳에 충전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2020년까지 전기충전소를 3천곳으로, 수소충전소를 100곳으로 확충하기로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중국발 스모그 영향을 받는 곳에 있는 데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 용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