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꾸준히 증가…고교생 '공딩' 신조어까지

한 성실한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간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은 25세 대학생 A씨다.

그가 극단 선택을 한 데는 심각한 시험 스트레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전남 곡성군청 소속 공무원을 덮친 A씨는 아파트 투신 전에 남긴 유서에 시험 준비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본심이 아닌 주위 시선에 신경 쓰여서 보는 공무원시험 외롭다'는 내용을 적었다.

A씨와 유사한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적성이나 희망과 무관하게 공무원시험에 뛰어든 탓이다.

청년들이 자기 꿈이 아닌 '꿈의 직장인' 공직에 인생을 거는 주원인은 취업난이다.

공무원은 해고 걱정 없이 정년을 채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민간기업은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는 인턴이나 비정규직을 일컫는 '미생'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장기 불황으로 기업 생존이 불투명해져 정규직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4월 치른 국가직 9급 공채를 보면 '공시생'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다.

4천120명을 선발하는 이 시험에 22만 1천853명이 원서를 냈다.

이 가운데 실제 필기시험을 치른 인원은 16만 4천133명이다.

다음 달 치르는 면접을 거치면 16만명이 탈락한다.

공시 준비생은 4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공무원시험 학원가는 추정했다.

올해 국가직 9급·7급, 지방직 9급·7급 등 채용 인원은 3만명 미만이다.

이달 18일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치르는 지방공무원 9급 공채는 1만 1천359명을 뽑는다.

지원자는 21만 2천983명으로 평균 18.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 고사장에 40명이 시험을 본다면 2명만 합격하고 38명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16개 시도의 9급 공채 필기 1주 뒤인 25일 치르는 서울시 9급 공채는 1천586명을 뽑지만 13만 2천843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83.8대 1이다.

서울시 9급 공채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 공채를 치른 공시생들이 KTX 임시열차 등을 타고 대거 상경하는 진풍경이 해마다 벌어진다.

국가직 7급 공채에 합격한 공무원 김모(33)씨는 "대기업도 인턴으로 들어가야 하고 민간기업 비정규직보다 공무원 처우가 훨씬 낫다는 생각에 공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이 적성에 맞지 않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회사원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에 퇴근 이후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통계청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조사한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청년층(15∼24세) 비경제활동인구는 2010년 5월 541만 8천명에서 지난해 5월 513만명으로 5.4% 감소했다.

이 기간 일반직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청년은 17만 4천명에서 22만 1천명으로 27.0% 늘었다.

공기업 준비생도 같은 기간 2만 4천명에서 5만 4천명으로 125% 급증했다.

60세까지 정년이 법으로 보장된 공무원에 도전하는 공시생 중에는 50대도 적잖다.

2008년 공무원 임용 연령 제한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발표한 국가직 9급 공채 합격자 현황을 보면 50세 이상은 32명에 이르며 40∼49세는 228명이다.

공시 열풍은 고등학교까지 불어 '공딩'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고딩)이란 공딩족은 대학을 나와서 백수가 되느니 스무 살부터 취직하는 게 낫다며 노량진 학원가로 몰린다.

지난달 9급 공채 필기에 합격한 18∼20세는 26명, 21∼22세는 201명이었다.

'공딩'이 전체 합격자의 4.1%를 차지했다.

경기 고양시 한 고등학교 정모 교사는 3일 "학생 희망이나 적성, 특기 등을 살릴 수 있는 진학상담을 하고 싶지만, 취직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