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와 마찰로 물러났던 '박원순맨', 3년 만에 교통책임자로 돌아온 까닭
“교통 분야 현안을 해결하는 데 최고 적임자라고 박원순 시장이 판단한 것 같습니다.”(서울시 고위 관계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임 도시교통본부장에 윤준병 은평구 부구청장(55·사진)을 2일자로 임명했다. 신용목 도시교통본부장은 취임 후 1년 만에 물러났다. 지난달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일어난 스크린도어 용역업체 직원 사망사고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2012년 1월부터 2년간 도시교통본부장을 지낸 윤 본부장은 2년6개월 만에 같은 자리에 복귀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2급)은 서울의 교통정책을 지휘하는 최고 책임자로,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인사 적체가 심한 서울시에서 이 자리를 두 번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본부장은 2012년 혈세 낭비 논란을 빚은 지하철 9호선의 지분 재구조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박 시장의 신임을 얻었다. 당시 박 시장이 공개석상에서 윤 본부장에게 ‘시민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정도였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윤 본부장에게 악재가 닥친 것은 지난해 6월. 그는 2014년 1년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도시교통본부장에 다시 내정됐다. 당시에도 박 시장은 도시교통 정책을 이끌 적임자로 윤 본부장을 점찍었다.

하지만 시의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가 해외연수 때 쓴 책이 시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윤 본부장은 자신의 책을 통해 서초구 염곡동 부지 매입 및 동대문운동장 지하주차장 조성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일부 시의원이 자신을 압박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시의원들의 반대가 거세 윤 본부장은 은평구 부구청장으로 발령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