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車 떼고 包 떼라는 거냐"…협상상황 전격 공개로 강공
더민주 "법사위 양보는 통큰 양보"…국민의당은 '실리 전략'으로


제20대 국회의 개원을 위한 법정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3당의 원(院) 구성 협상은 오히려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맡느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맡느냐가 표면적 쟁점이다.

새누리당은 여당 출신이 의장을 맡아 온 전례를 들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여소야대 구도를 명분으로 야당이지만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며 각각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더민주가 의장 선출을 본회의장 자유투표로 강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새누리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의장 선출을 놓고 대립하는 이면에는 핵심 상임위원회의 배분 문제가 놓였다.

의장과 핵심 상임위원장을 어떻게 교환하느냐는 '거래 조건'의 문제다.

의장은 다분히 상징적인 역할에 그치는 측면이 있지만, 상임위는 법안·예산안 처리나 청문회 개최 등 국회의 실질적 기능을 관장한다.

문제가 된 상임위는 국회법의 상임위 규정 조항에서 '건제순'(建制順)으로 1∼4번에 나오는 국회운영·법제사법·정무·기획재정위 및 상임위에 준하는 예산결산특별위다.

운영·법사·예결위는 각각 법안과 예산안의 출입구로 불리며, 특히 운영위는 청와대를, 법사위는 사법부와 감사원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또 정무위는 국무조정실과 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기재위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국세청 등을 피감기관으로 둬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더민주는 여소야대 구조와 제1당 지위를 내세우며 의장은 물론 19대 국회에서 여당 몫이던 운영·정무위도 요구했다.

또 국민의당은 기재위를 달라고 하는 등 새누리당 입장에선 의장과 핵심 상임위 3곳을 야당에 내어주는 '차(車) 떼고 포(包) 떼는' 상황을 요구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 김 수석부대표는 이런 배경에서 "법사위를 새누리당에 양보하겠다"는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의 언급을 "허무맹랑한 꼼수"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국민의당이 의장과 법사위를 모두 야당이 갖겠다며 돌변하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더민주가 법사위를 '통 크게'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게 새누리의 주장이다.

김 수석부대표가 '비공개 약속'을 깨고 협상 상황을 이날 전격 공개한 것은 두 야당의 협상 전술과 협공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더민주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의장과 법사위를 당연한 '야당 몫'으로 여기는 만큼, 법사위를 넘겨주면서 새누리당에 운영위 등의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여기엔 원 구성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면서 공을 새누리당에 넘기는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다만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수석부대표가 공개한 내용에 대해 "우 원내대표가 법사위를 내준다고 했는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겠나"라며 언급을 아꼈다.

그러면서 "법사·운영·예결 3개 중 하나를 달라고 했던 건데, 여당이 협상 과정에서 뭘 내놓겠다고 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새누리당을 역공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힘겨루기를 이용해 희망 상임위를 가져오거나 예결위원장을 여야 3당이 번갈아 맡는 등 실리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로선 통 큰 양보지만, 문제는 상대가 있기에 받아들이는 쪽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여야가 이처럼 각 당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오는 7일까지 의장을, 9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토록 한 국회법을 어길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체 카톡방'까지 열어 실시간 소통하자고 다짐했던 여야 3당 수석부대표들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당분간 물밑 접촉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홍지인 이정현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