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中서 '병진노선' 강조…급격한 상황변화는 어려울 듯
中 제재 동참하며 '대화' 목소리 키울 듯…정세변화 대비 주문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이 현 대북제재 중심의 한반도정세 흐름에서 의미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초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이라는 점에서, 또 리 부위원장이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북핵을 둘러싼 갈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졌던 북한과 중국이 일단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제재 이완 또는 고립탈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정세를 관리하는 한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탐색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어느 지점에서 세팅하느냐에 따라 현 대북제재 국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주시받고 있다.

여전히 최대 변수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다.

리 부위원장이 방중 기간에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현 제재국면에서 당장 의미 있는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7차 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적 노선으로 천명한 점을 리 부위원장이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북한과의 대화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계속 동참하면서도 '대화 모드'에 더욱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거부'를 고수하면서도 '전술적 유연성'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법으로 중국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문제 논의' 등과 같이 애매하고 에두르는 표현으로 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나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한미일은 북중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리 부위원장의 방중 소식이 전해진 31일 브리핑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과 북한 관계가 한반도 평화 안정,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대화에 대한 경계와 함께 중국이 지켜야 할 선과 역할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일은 이날 오전 도쿄에서 열린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중간 대화 등 한반도 정세를 공유하는 한편, 대북제재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세변화 가능성에 우리 정부가 대비해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리 부위원장의 메시지를 봐야 한다면서도 "현 대북제재 국면에서 제재와 '협상 회유'가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제재를 중심으로 북한을 끌어내려고 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