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후견인'이자 경제통·중국통…7차 당 대회서 권력 대폭 강화
경협 집중 논의 관측…북핵·제재 등 민감한 문제도 포괄적으로 다룰 듯
대규모 대표단 동행 포착…시진핑·리커창 접견 여부 관심

북한 정권의 핵심실세로 꼽히는 리수용 북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31일 전격 방중함에 따라 얼어붙은 북중 관계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 배경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이 전통적으로 상대의 당대회 등을 계기로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이달 초 열린 노동당 제7차 당대회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컨트롤타워를 재구성하는 한편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며 나름의 경제발전 비전도 제시했다.

노동당 규약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명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베이징 관측통들은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결코 의례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이번 고위급 접촉이 북한의 핵실험과 중국의 제재 동참으로 양측 관계가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성사됐기 때문이다.

리 부위원장이 북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남다르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990년대 말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현지 대사로 근무하며 뒷바라지를 하며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불려왔다.

북한의 외자 유치를 담당하는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외국기업들의 각종 대북투자 유치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북중 관계의 핵심 메신저 역할을 했던 장성택의 측근인 그는 '중국통'으로 꼽힌다.

리 부위원장의 위상은 특히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대폭 강화됐다.

2014년 4월부터 외무상을 맡아온 그는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부장 자리까지 차지했다.

핵심권력기구인 정치국 위원 중 8번째로 호명됐다.

그의 이런 화려한 배경을 고려할 때 북중은 이번 접촉에서 경제협력뿐 아니라 핵문제, 대북제재 등 각종 껄끄러운 이슈들도 포괄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 규모의 대표단이 리 부위원장을 수행해 베이징을 찾은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중국도 '중국통' 리 부위원장의 방중에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서는 중국 측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10대 안팎의 의전차량과 미니버스 등이 베이징 시내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여러 대의 순찰차와 무장경찰이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이는 2012년 8월 장성택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했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당시 방중에는 리 부위원장도 동행했었다.

한 대북소식통은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한다는 명분으로 양자 관계 등 관련된 모든 것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단에 어떤 면면이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과 관련해 역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중이 이번 기회에 김 위원장의 첫 방중 문제를 논의할지 여부다.

적잖은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내에서 대외교류를 책임지는 국제담당 비서 간의 접촉은 김 위원장 방중의 중요한 신호 중 하나로 여겨왔다.

리 부위원장은 최근 사망한 강석주 국제담당 비서의 자리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카운터파트는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다.

그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왔는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접촉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리 부위원장에 대한 중국의 이번 의전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시 주석의 북핵 대한 태도가 워낙 강경해 최고 지도부와의 접촉은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대북 소식통은 "원론적인 선에서야 논의할 수 있겠지만, 논의라는 건 뭔가 세부적인 게 있어야 하는데, 북핵 문제가 걸려 있어 구체적인 선까지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