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총서 '김희옥 비대위' 추인…"계파 청산"에 한목소리
이혜훈 김세연 등 친박계 거부감 강한 비대위원 배제 검토

4·13 총선 참패 이후에도 계파 갈등으로 50일 가까이 표류한 새누리당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회'를 앞세워 내홍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제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첫 의원총회를 열어 김희옥 비대위원장 내정을 사실상 추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과 만나 의견을 모은 대로 혁신비대위를 꾸리고, 계파 청산을 비롯해 당의 혁신을 주도할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주류 핵심으로 꼽히는 최 의원은 기자들에게 "(계파 청산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죠. 거기에 대해서 뭐 반대할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했고, 역시 주류인 홍문종 의원도 "(김희옥 비대위에) 다들 손뼉 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주류인 김성태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은 새누리당이 보수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 또 집권당으로서 당내 계파 청산의 가장 강력한 주문을 많은 의원이 했다"고 전했다.

앞서 '강성 비주류'로 꼽히는 김용태 의원이 혁신위원장에 내정되고 비주류 당선인 위주로 비대위원 구성안이 발표되자 당내 반발이 거셌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19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로 회기(會期)가 넘어갔는데도 집권 여당이 내전만 거듭하는 모습은 계파를 떠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거중조정'의 역할을 자임한 정 원내대표가 주류와 비주류에서 가장 중량감이 큰 김 전 대표 및 최 의원과의 교감을 토대로 비대위 구성을 추진한 만큼, 두 계파에서 더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 및 상임전국위에서 김 내정자의 비대위원장 선출과 김 내정자가 '내·외부 절반씩'을 원칙으로 인선 중인 비대위원 임명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 여부에서 시작해 전당대회 조기 실시, 혁신위와 비대위의 투트랙 운영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힌 당 수습 움직임이 비대위 출범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의총에서 중국 고전 '사기'의 '인시수견형 시민지치불(人視水見形 視民知治不·사람은 물에 비춰 자신의 형상을 볼 수 있고, 국민을 보면 정치가 제대로 되는지 알 수 있다)'이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계파 패권주의'에 빠져 선거를 그르친 실패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국민만 보고 정치의 항로를 잡아가자는 의미다.

김 내정자는 "혁신비대위가 구성되면 부정적인 계파·분파 활동으로 통합을 해하고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있는 구성원에 대해선 당의 공식적 윤리기구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해 운영할 것"이라고 계파 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전국위·상임전국위를 거쳐 비대위가 출범하면 7월 말 또는 8월 초로 예상되는 전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당 대표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주류와 비주류의 계파 구분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비대위원 인선이나 전대가 과열 양상을 보일 경우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한 계파 갈등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애초 발표됐던 비대위원 가운데 이혜훈·김세연 의원 등 주류 측에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인사의 경우 정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탈 계파'를 선언했던 유기준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들 그렇게 (계파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보지 않는 분이 많다"며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파 청산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천 갈등의 불씨가 됐던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는 폭발력이 강한 소재다.

김 내정자도 이런 점을 우려한 듯 의총에서 "분파 활동으로 갈등을 부르고 특정인의 탈당을 조장하는 행위가 있다면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