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에 기업구조조정 책 수북…잇단 강연서 총체적 산업구조개혁 강조
아침 정책수업으로 내공쌓기…대선서 '경제 집도의'로 차별화 꾀할듯

요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의원실 책상 위에는 '기업구조조정론'이란 제목의 두툼한 책이 놓여있다.

안 대표가 틈이 날 때 집어드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 및 글로벌 경제와 관련된 여러 책이 쌓아올려져 있다.

야당에서 구조조정 이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먼저 제기했지만, 안 대표도 구조조정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오고 있다.

안 대표의 메시지에는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쳤다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한국경제에 대해 '위기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던 안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해 '위기의 진행'이라고 규정했다.

안 대표는 "구조조정을 사실 그때(대선 직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사회 변화라는 게 시의적절할 때 되는 게 아니라,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이 훨씬 많아져서야 일어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엔 반드시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이를 다음 정부로 미룰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식회의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절박감을 빠짐없이 이야기하면서 발언수위도 올리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는 국민의 돈을 함부로 날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부실의 규모, 원인, 대안을 가지고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면서 "저희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실 경영 및 '밑 빠진 독 물 붓기'식 지원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가 최근 잡기 시작한 강연 일정에서도 구조조정은 핵심 메시지가 되고 있다.

28일 '한국경제 해법 찾기와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한 전국여교수연합회 세미나 강연에서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정말 40년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등 총체적 산업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29일에도 임경선 작가의 '이기적인 특강'에서도 한국경제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내년 대권 도전 과정에서 '경제 집도의'로서의 콘셉트를 가져가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성공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국민의당이 지난달 3일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총 20회에 달하는 정책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대 국회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당선자들을 비롯한 당의 정책적 기반을 닦아놓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일곱 차례의 정책워크숍에 개근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오전 일정이 많은 국회의원 당선인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시작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7시로 앞당겼다.

이 바람에 안 대표도 6월 말까지 매주 3차례 정도 아침부터 '열공'을 하게 됐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는 당분간 구조조정 문제 등 큰 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