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일정이었지만 'JP예방 빅이벤트'로 요란
노신영 前총리 등 멘토그룹과 만찬…가족모임도 소화


한국을 방문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휴일인 28일 김종필(JP )전 총리 자택을 전격적으로 방문하는 등 광폭의 행보를 하면서 취재진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했다.

지난 25일 방한 후 26~27일 일본을 잠시 다녀온 반 총장은 전날 밤 귀국,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물렀다.

반 총장은 당초 이날 서울에서 가족모임과 건강검진 등 개인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인 등과의 비공개 회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숙소 주변에는 오전 일찍부터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취재진을 따돌리고 오전 10시께 서울 신당동의 김종필 전 총리의 자택을 전격 예방했다.

반 총장의 차량이 한때 호텔 정문 앞에 대기하면서 취재진은 정문 쪽 로비에 몰려 있었지만, 반 총장은 호텔 뒤쪽 출입문을 이용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첫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도전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으로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불을 지핀 반 총장이 충청권의 맹주 김 전 총리를 만나면서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의 JP 예방사실은 JP 자택 앞에 진을 친 연합뉴스TV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공개됐다.

반 총장은 약 30분간의 면담 이후 숙소로 돌아올 때도 호텔 뒤쪽 출입문을 이용해 역시 취재진을 따돌렸다.

김 전 총리는 반 총장과 면담 후 집을 나서면서 대화 내용에 대한 질문에 "우린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혔고, 반 총장은 호텔로 돌아와 가족들과 오찬을 한 후 기자들에게 "인사차 방문했다"면서 "(김 전 총리께서)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를 잘 마치고 들어와라'는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면담 후 김 전 총리는 반 총장의 숙소인 롯데호텔에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김 전 총리 측은 "이발을 하셨을 것"이라며 반 총장과 다시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호텔로 돌아온 반 총장은 오후 1시께부터 약 한 시간에 걸쳐 호텔 근처 한식당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반 총장의 모친 신현순(91) 여사 등 가족들은 전날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호텔을 들고나는 과정에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가족들에게 일체 언론에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반 총장이 가족들과 식사 후 신 여사를 부축해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신 여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가족 중 한 여성은 "반갑다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멘토 그룹 원로들과의 만찬 장소도 막판까지 베일에 가렸지만 노신영 전 총리 등이 호텔에 나타나면서야 확인됐다.

반 총장은 당초 이날 건강검진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 측에서는 예약이 안 돼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김 전 총리 예방을 앞두고 '성동격서'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 총장의 서울 체류 일정은 개인·비공개여서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갈 것으로 여겨졌지만 김 전 총리와의 면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대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난 25일 이상으로 요란했던 하루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