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계 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전국 민생투어를 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놓고 벌어진 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간 갈등을 뒤로 하고 전국 민심을 듣고 의원 활동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26일 기자와 만나 “총선 뒤 두 차례로 나눠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경주 청주 원주 제천 충주 등을 찾았고, 앞으로 경남과 전북, 제주 등을 다녀올 예정”이라며 “군 단위 등으로 더 자주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5일 장에서 산 면 바지와 면 티를 입고 배낭을 메고 예약이나 계획을 하지 않은 채 버스와 기차를 타고 시장, 상가, 관광지로 가서 농민, 자영업자, 청년, 주부 등을 만나 민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이나 단체장, 당협위원장 등은 일체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장 민심이 정치권에 요구하고 기대하는게 무엇인지, 정치권이 무엇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등을 현장에 가서 정치인의 언어가 아닌 일반 서민과 중산층들의 언어로 듣고 실천에 옮기고 싶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 이런식으로 정치를 해 왔다”며 “국회에서는 의원으로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지역에서는 심부름꾼 자세로 돌아가 주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순천식 정치’를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게 새누리당이 변해가야 할 방향”이라며 “지금 새누리당을 포함해 모든 정당들은 선거 때 아무리 매를 맞아도 그 순간만 새로 ‘페인트 칠’하고 넘어가고 있다. 서까래가 썩고, 주춧돌이 무너져도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의 기준과 시각, 잣대로 보지 말고 국민의 시각과 저울로 달아야 하는데 현장에 가서 듣지 않으면 그들의 한숨과 눈물, 개탄 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없다”며 “민심은 새누리당을 떠났다. 당 소속 국회의원 122명 전원이 현장에 가서 문제점을 찾아내 밤새 토론하고 아침마다 당정협의를 열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 계파 싸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의원은 “친박-비박, 진박-반박이 있을 수 없다. 계파 문제 언급 자체가 당을 분열시키는 패권, 분파주의”라며 “서로 욕하고 상대 가슴에 못박는 식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아울러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면 계파를 초월해서 할 수 있는 민생 아젠다를 발굴해 공동으로 수행해 나가는 게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게 여야 싸움인데 그것도 모자라 당내 싸움까지 하고 있다”며 “쓸데 없이 말꼬리를 잡고 공격하고 비난하는 양측에 문제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의원들은 당 대 당으로 싸우고, 인기 영합을 위해 당내에서도 싸우고, 치열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연말에 가면 세비와 국회의원 지원금을 올린다”며 “국민들은 ‘왜 너희들 싸움을 구경해야 하느냐’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정치인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장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