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겨냥 관측…"과거에 붙잡히면 비극, 오랜 불화 해결해야"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아시아 국가들은 불행했던 과거 역사적 이슈들을 분명하고 겸허하게 해결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역사해석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구체적 나라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중국 등과 과거사 갈등을 빚는 일본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면서 한·중·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반 총장은 "다른 대륙에서는 이런 일(과거사 극복)을 보아왔다"면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등은 성공적인 합의가 있었고 이는 긴장을 완화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 대륙이 과거에 붙잡히면 비극"이라면서 "아시아는 오래된 불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상당수 아시아 국가에서 민주적 공간이 위축되고 있는 것에 심각히 우려한다"면서 "또한 아시아 일부에서 점증하는 불관용과 '헤이트 스피치(특정 인종이나 민족, 국민 등에 대한 혐오 시위나 발언 등)', 폭력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에 이어 올해 도쿄에서 개최 예정인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 "합의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될 것으로 안다"면서 "유엔은 평화와 번영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 총장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나는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이 (합의된) '행동선언(DOC)' 프레임에 따라 '행동수칙(COC)'에 신속히 합의하기를 희망해왔다"고 말했다.

또 "이 역동적인 대륙에는 급속히 성장하는 많은 나라가 있고, 그들의 야망 일부는 충돌할지 모른다"면서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대화와 관여(engagement)를 심화하고, 협력을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키우고, 협력을 공고히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분쟁에서는 승리자가 없다"면서 "우리는 자신의 국가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야 하지만, 국수주의가 아닌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영토와 해역을 놓고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나는 모든 당사자가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을 촉구해왔고, 당사자들은 유엔 헌장을 포함해 국제법 원칙에 따라 대화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신(新) 기후변화 체제인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관련해서도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신속히 비준하기를 원한다"면서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조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서귀포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