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정진석-김무성-최경환 합의에 공감
일각선 "3김시대나 있던 일…의총서 결정해야" 월권 비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의 3자 회동 이후 당 내분 사태가 빠르게 수습되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번 주 지도부를 대행할 '혁신비대위'를 출범하고 당이 정상 궤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20대 국회 임기가 다음 주 시작되기 때문에 집권 여당의 지도부를 더이상 공백 상태로 둘 수는 없다"면서 "어제 3자회동에서 합의한 대로 조만간 혁신비대위원장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 최 의원간 전날 담판 결과물에 대해 당의 주류,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에서 대체로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혁신비대위원장의 외부 영입이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등은 현 정치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이라면서 "계파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3명이 합의를 했으니 이를 이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비박계 의원도 "당의 소위 계파나 지분, 또는 영향력이 있는 세력간의 합의나 대화는 필요하다"면서 "큰 틀에서 보면 당의 지도부 공백을 속히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3자간 합의에 대한 동의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장 민감한 현안인 집단 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는 데 대해 당권 장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주류, 비주류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친박계와 비교해 당권 주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박계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당 대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전임 최고위에서도 김 전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은 친박계 일색이어서 공천 룰 결정을 포함해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끊임없이 흔들린 장면이 생생하게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성될 혁신비대위 논의에 이어 당헌·당규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 계파가 생각은 전혀 다르지만 여권 공멸의 위기를 두고 손을 잡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적의를 품었지만 협력해야 하는 상황)라고 표현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론과 무관치 않은 김 전 대표와 최 의원과 회동하고 합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친박, 비박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한 정 원내대표가 도망가고 숨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한 것은 어이없는 행동으로서 3김시대에나 있던 일"이라면서 "당의 지도체제도 혁신위와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 앞에 자숙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기는커녕 너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최종 결정은 비밀 회동이 아닌 의원총회를 포함한 공식 절차를 통해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배영경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