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떠나지만 정치 떠나지 않을 것…이런 정치 그냥 떠나는건 죄"
"선진화법 '해지'하려고 했지만 물건너간 것 아쉽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최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국회 운영에 관련한 문제는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국회의장 퇴임 후 '친정'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답했고, 오는 26일 싱크탱크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의 발족이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정치적) 결사체"라고 열린 답변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소통 문제와 함께 "조금 더 탕평인사가 됐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의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요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한 입장과 최근 밝힌 '국감 폐지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싶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이 국회 운영에 관계된 문제는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거부권 행사는 가능한 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속 청문회를 나는 '작은 청문회'라고 얘기한다.

상임위 차원에서 현안을 중시하고 소위를 구성해서도 할 수 있는 그런 청문회다.

그동안 국정감사는 상임위에서 일어난 얘기를 재탕, 삼탕하거나 1년에 걸쳐 일어난 일을 한 번에 묶어 국감을 하려다 보니 시의적절성도 떨어지는 폐해 있었다.

따라서 저는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이런 형태의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게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국회의장 퇴임 후 '친정' 새누리당으로의 복귀 여부는 결정했나.

▲저의 거취는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무능한 보수·나태한 보수·권위주의 보수, 이런 보수라고 계속 인식한다면 퇴임 후 새누리당에 자동 입당이 되더라도 탈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시기는 제가 좀 지켜봐야겠다.

--그간 언급한 '정치결사체'와 관련, 국회의장직 퇴임 후 행보가 궁금하다.

▲정치결사체는 외곽에서 우리 정치가 건강해지기 위해 조언을 하는 정치 원로집단과 같은 것도 하나의 결사체로 볼 수 있다.

또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결사체로 본다.

10월 정도까지 고민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과 함께 할 가능성 또는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치적 뜻을 함께할 계획이 있나.

▲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적이 없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아기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을 정할 수는 없으므로 그 질문에 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

손학규 선배가 우리 당에 있을 때 저는 초선이었다.

인간적으로 가깝고 제가 존경하는 분이다.

당을 달리하면서 거리가 멀어졌지만 제 마음속으로는 훌륭한 선배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정치를 하나의 당으로 묶어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평가해달라.
▲아쉬운 점은 조금 더 탕평인사가 됐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소통'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외에는 대통령으로서 조국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대통령이 더 잘하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고 본다.

--'국회선진화법'은 앞으로 어떻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내린다고 하니 헌재의 판단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19대 국회를 보면 선진화법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선진화법으로는 책임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수당이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진화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법안 협상도 백화점에서 끼워 팔기 식으로 이뤄져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선진화법은 20대 국회에서도 계속 논의를 하되, 20대 국회에서는 정치인들이 많이 바뀌는 만큼 여야가 대화·타협의 정치로 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이면서 선진화법으로 인한 잘못된 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 임기 중 이루지 못해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불발된 게 제일 아쉬웠다.

선진화법은 제가 '결자'는 아니지만 '해지'는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으나 그것이 물 건너간 것도 조금 아쉽다.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는 정 의장의 행보에 대해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왔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새누리당에서 저에 대한 평가는 의원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자기정치라는 말은 아마도 '정의화가 대통령의 꿈이 있어서 저런 것이 아니냐'는 색안경을 낀 생각이며 오해로 비롯된 것이므로 저는 괘념하고 싶지 않다.

이제 제가 국회의원은 떠나지만 제가 정치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국민의 여망 속에서 국가의 녹을 받은 사람으로서 지금의 이런 정치 모습을 보고 그냥 떠난다는 건 국민에게 죄를 짓는 죄책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