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한국학 교수 관측…"주로 저임에 위험한 일 맡아"
"임금 대부분 본국 보내지만 자발적이라서 노예와 달라"


유럽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유럽에서 강제 노역하는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매년 2조원 안팎을 송금받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을 대부분 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매체 바이스(VICE) 독일판은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렘코 브뢰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유럽연합(EU)에서 사실상 강제노역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동유럽 국가에 있다.

북한이 노동자를 외국에 보내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북한은 수출이 어려워 외화를 벌기 위해 노동자를 유럽을 포함해 중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보낸다.

특히 유럽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북한이 유럽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한 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연 수입은 최대 2만4천파운드(약 4천134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 노동자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55∼110파운드(약 8만5천700원∼18만8천600원)에 불과하다.

월급은 500파운드(약 85만원) 정도지만 버는 돈이 모두 북한 공산당으로 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북한 공산당이 가져가는 돈은 연평균 총 10억∼13억 파운드(1조7천억∼2조2천억원) 이를 것으로 브뢰커 교수는 추산했다.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북한 노동자가 고용되는 것은 이들이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을 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은 적다.

외국에 나온 북한 노동자가 일종의 노예냐는 질문에 브뢰커 교수는 "매우 복잡한 질문"이라며 "북한 주민들은 외국에 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해외 노역에 자발적으로 손을 든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북한 주민들이 살아남으려고 북한을 탈출하고 싶어 하고 해외 노역을 자원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선택이 정말 자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은 유럽인권보호조약 등 많은 EU 법과 국제 조약을 위반한다.

특히 노동자가 자신이 번 돈을 가져가지 못하는 점은 완벽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EU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EU)가 돈을 좋아하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라고 브뢰커 교수는 설명했다.

브뢰커 교수는 북한을 '세계 최대 직업소개소'라고 지칭했다.

노동력이 필요하고 돈을 줄 의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사람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은 국가가 아닌 회사처럼 행동한다"며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고 CEO 등 임원들의 권력과 재력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브뢰커 교수는 EU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 실태를 연구하는 국제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다.

TF는 변호사, 과학자, 인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그는 폴란드 조선소 내 북한 노동자 노역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상 '김정은을 위한 돈'(Cash for Kim)을 제작했다.

최근 EU, 스위스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기 위해 제재 대상자를 늘리고 북한인의 금융계좌를 폐쇄하는 등 한층 강화된 조치를 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