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신임 미얀마 대사 "기업 경험 살려 미얀마 신시장 개척 돕겠다"
“정통 외교관 출신이 아닌 제가 미얀마대사로 임명된 것은 양국 간 교역 증대 방안을 찾아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얀마는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인 만큼 기업인 출신 대사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3일 임명된 유재경 신임 미얀마 대사(57·사진)는 외무 관료 출신이 아니다. 그는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30년 동안 세계를 누빈 ‘영업맨’이다. 유 대사는 “미얀마는 물론 외교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상황에서 대사 부임 요청을 받아 깜짝 놀랐다”며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쌓은 그의 해외 근무 경험이 미얀마대사로 발탁된 배경이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대 삼성전기 브라질 상파울루사무소에서 5년간 일했고 2004년부터는 유럽판매법인장으로 5년 동안 독일에서 근무했다. 2014년에는 사내 영업부서를 통합한 글로벌마케팅실장에 임명돼 1년 동안 사내 영업조직을 이끌었다.

그는 기업활동과 외교 모두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 대신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 간 비즈니스(B2B) 기업이다. 부품 공급 단가 협상에서 지루한 줄다리기를 할 때도 많았다. 그는 “현지에서 마주치는 사업 파트너를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할 때 사업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만 바라보는 사업 전략 대신 긴 안목으로 사업을 하다 보면 회사에 득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 무대에서 뛰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해외 마케팅 경험을 담은 책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다산3.0)를 펴냈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직원들이 실의에 빠지지 않게 매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이메일을 보낸 것이 책의 바탕이 됐다. 타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목소리는 직원들에게 용기를 줬다. “2014년 무렵에 회사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많은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할 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한 편씩 글을 썼지요. 퇴임할 무렵 직원들의 요청으로 책을 냈습니다.”

유 대사는 다음달 미얀마에 부임하는 즉시 현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날 계획이다. 봉제, 자원, 건설 등 150여개 기업이 미얀마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가 자문역이자 외무장관인 아웅산수지 여사가 외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미얀마 신시장 개척에 주력할 생각이다.

“미얀마는 투자가 필요하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이 필요합니다. 미얀마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여서 한국 기업들이 새 시장을 창출할 여력이 충분하지요. 현지 기업인을 만나 정부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파악할 생각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