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남북간 근본문제"…"비핵화 없는 대화제의 위장평화공세"
대변인 "북핵 문제 언급 없는 군사회담 제안에 유감 표명"
소식통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부처간 의견 조율"


국방부가 23일 남북 군사당국회담 실무접촉 개최를 제의한 북한 인민무력부 통지문에 대해 답신을 보내 남북간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오늘 오전 9시 30분께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북한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 전통문에 대한 답신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국방부는 답신 전통문을 통해 현 한반도의 긴장 고조 상황은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것임을 강조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군사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변인은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함께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했다"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듯이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답신은 북한의 남북 군사당국회담 실무접촉 제의에 대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한 사실상의 역제안 또는 역공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변인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비핵화가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제안한 대화에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인 핵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위장평화 공세이고, 비핵화 없는 가짜 평화"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에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은 과거 북한이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민간단체 전단 살포 중단,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이슈화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 것처럼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와해하고 우리 내부 국론분열을 조장할 목적을 달성하려는 대남 통전(통일전선) 책동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순한 의도가 명확히 확인되는데 섣불리 대화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국제공조를 약화하고 북한의 비핵화만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북한이 진정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원한다면 가장 시급한 현안인 비핵화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회담 제의에 대해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면서 국제적으로는 국제제재의 균열을 기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이 민족의 생존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 문제인 핵 문제를 외면한 채, 마치 군사적 긴장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말하는 평화가 비핵화가 없는 가짜 평화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상균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답신을 보낸 데 대해서는 "북한이 전통문을 보내면 지금까지 우리가 답신을 다 보내왔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서 답신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인민무력부는 지난 21일 오후 우리 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5월 말∼6월 초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열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낸 것은 지난 2월 일방적으로 군 통신선 차단 선언을 한지 3개월여 만이다.

정부는 북한의 통지문에 대해 답신을 보낼지를 놓고 부처간 의견 조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어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관으로 관련 부처간 의견 조율이 있었다"며 "회의에서는 답신을 보낼지 말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어찌 됐건 북한이 군 통신선을 통해 공식적으로 통지문을 보내왔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보내는 것이 합당하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북한은 우리가 군 통신선으로 보낸 답신을 즉각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정진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